두산은 개막 첫 달(4월) 트레이드 효과를 톡톡히 봤다. 양석환(30)이 중심 타자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며 삼성으로 이적한 '전 주전 1루수' 오재일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워냈다.
두산은 지난 3월 25일 좌완 투수 함덕주와 우완 투수 채지선을 LG에 보내고, 내야수 양석환과 좌완 투수 남호를 영입했다. '잠실 라이벌'인 두 팀이 13년 만에 단행한 트레이드였다.
두산은 자유계약선수(FA)가 되어 떠난 오재일(삼성)과 최주환(SSG)의 이적으로 공격력 저하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 때문에 선발과 불펜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함덕주를 내주는 출혈을 감수하며 양석환을 데려왔다. 양석환은 풀타임으로 한 시즌을 소화한 2018시즌 홈런 22개를 때린 중·장거리형 타자다.
양석환은 정규시즌 개막 첫 4경기에서 타율 0.143에 그쳤다. 그러나 4월 9일 한화전에서 3안타를 치며 전환점을 만들었다. 10일 한화전에서는 시즌 첫 홈런도 때려냈다. 이후 꾸준히 좋은 타격감을 보여줬다. 지난주까지 나선 25경기에서 타율 0.313·4홈런·21타점을 기록했다. 타점은 4번 타자 김재환에 이어 팀 내 2위, 결승타(3개)와 루타(47루타)는 1위다. 두산은 팀 타율(0.284)과 득점(140점) 모두 10개 구단 중 2위에 오르며 좋은 공격력을 보여줬다. 양석환이 중심 타선의 무게감 유지에 기여했다.
양석환은 지난주 6경기에서 타율 0.391(23타수 9안타)·3홈런·9타점·7득점·18루타를 기록했다. 이 기간 KBO리그 홈런과 루타 2위 기록이다. 일간스포츠와 조아제약은 양석환을 4월 넷째 주 최우수선수(MVP)로 선정했다.
- 주간 MVP로 선정된 소감은. "4월 셋째 주에는 타율 0.200에 그치며 부진했다. 기술적인 부분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각오를 다잡은 뒤 4월 넷째 주 경기를 치렀다. 다행히 잘 마무리한 것 같다. 현재 타격감도 좋은 편이다. 주간 MVP는 데뷔 뒤 처음으로 받아본다. 기분 좋게 5월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 지난주까지 팀 내 득점권 타율 1위(0.379)를 기록했다. "LG 소속으로 뛸 때도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타격하는 것이 더 좋았다. 올 시즌은 (박)건우 형과 (김)재환이 형이 4할 이상의 출루율을 기록하며 내 앞에 많은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다. '한 경기 한 번 이상은 내게 타점 기회가 온다'라는 믿음이 있다. 타선에 시너지 효과가 생겼고, 이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다 보니 집중력도 더 높아지는 것 같다."
- 개막 초반에는 타격감이 안 좋았다. "원래 초반부터 잘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주목받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부담이 크진 않았다. 점차 좋아질 수 있다고 믿었다. 오히려 첫 3안타(4월 9일 한화전) 경기나 첫 홈런(4월 10일 한화전)이 내 기대보다 이른 시점에 나왔다."
- 김태형 감독에게 받은 조언이 있다면. "감독님이 '어차피 제대로 들어오는 변화구는 때려내기 어렵다. 단점을 보완하려고 너무 애쓰지 말고, 네 강점을 살려라. 공격적인 타격을 유지하라'는 조언과 격려를 해주셨다. 그 덕분에 더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직·간접적으로 '편안하게 하라'는 메시지를 주신 것 같다."
- 4월 16~18일, 친정팀 LG를 상대로 첫 3연전을 치렀다. "시범경기에서도 LG전에 나섰다. 그때는 청백전을 하는 느낌이더라. 그러나 관중 앞에서 플레이하는 정규시즌은 확실히 느낌이 달랐다. 모든 경기에서 잘하고 싶기 때문에 LG전이라고 해서 투지가 더 생기는 건 아니다. 그래도 집중력이 좋아지더라. 팀 동료였던 LG 투수들의 공을 아직 잘 모른다.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
- LG전 첫 타석(4월 16일 2회 초)에서 LG 팬을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예전에 팀을 옮긴 선·후배가 친정팀을 상대하는 첫 경기에서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는 장면을 나도 봤다. 그게 내 모습이 될 줄 몰랐다. LG 팬에 많은 사랑을 받았고, 당연히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 조금 쑥스럽긴 했다. 시원섭섭한 기분이었다."
- (지난해까지 두산 1루수를 맡았던) 오재일의 그림자를 지워야 한다. "(오)재일이 형이 두산 팬에게 선사한 기쁨이 얼마나 많은가. 내가 비슷한 성적을 내더라도, 재일이 형의 흔적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내 목표는 그게 아니다. 두산이 더 많이 이길 수 있도록 득점 기회를 살리는 역할을 잘해내는 것이다. 물론 타격 사이클이 하강할 때도 올 것이다. 빨리 극복하겠다. 두산이 올해도 끝까지(한국시리즈) 갈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
- 개인적으로 더 성장할 좋은 기회다. "(허)경민이 형은 밖(다른 팀)에서 볼 때보다 3루 수비를 더 잘한다. 감히 단언한다. 3루 수비는 KBO리그 최고다. 같이 뛰면서 놀랄 때가 많다. 두산에는 좋은 선수가 많다. 힘이 난다. 나도 좋은 기회를 얻었다. 더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