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폐는 끼치지 않아야죠"라고 했던 장필준(29·삼성)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한국 야구대표팀의 든든한 맏형의 모습이다.
장필준은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 대표팀의 최고참이다. 우리 나이로 유일하게 30대 선수인 그는 처음으로 대표팀에 뽑혔다. 24세 이하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지만, 프로 3년차 이내 선수도 출전 가능하다는 대회 조항에 따라 합류했다.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그런 장필준에게 투수 조장 중책을 맡겼다. 가장 나이가 많은데다 성실한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장필준은 "저도 20대 선수라고 해주시면 안됩니까"라며 "투수 조장을 맡아 부담스럽기도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무거운 짐을 짊어진 그는 "민폐는 끼치지 않아야죠"라며 "어떻게든 팀이 이기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민폐는 커녕 대표팀 승리의 주역이다. 그는 16일 일본전에서 4-3으로 앞선 8회 등판해 1이닝 동안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일본전에서 마무리로 기용된 김윤동이 동점을 허용하는 등 흔들리자 다음날(17일) 대만전에서는 장필준이 마무리로 나섰다. 1-0으로 앞선 8회 2사 2·3루 위기 상황에서 구원 등판한 그는 1⅓이닝 3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팀 승리를 지켰다. 그가 없었다면 대만전 승리를 장담할 순 없었다.
장필준은 '칠 테면 쳐보라'는 식으로 과감하게 직구를 꽃았다. 두 경기에서 7개의 아웃카운트 중 6개를 삼진으로 잡았다. 상대 타자들은 직구를 알고도 방망이에 맞추지 못했다. 그만큼 장필준은 자신감으로 가득 찬 투구를 자랑했다.
장필준은 그라운드 밖에서도 모범이 되고 있다. 소속팀 삼성의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에서 불펜 피칭을 소화하며 몸 상태를 많이 끌어올려 대표팀에 합류했다. 국내에서 가진 평가전부터 좋은 활약을 선보일 수 있었던 이유다. 또 휴식일이었던 18일에는 결승전을 겨냥해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대만전을 지켜봤다. 후배들이 자리를 뜬 후에도 끝까지 홀로 남아 상대 분석에 열을 올렸다. 그만큼 후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됐다.
장필준은 올 시즌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시즌 개막 후 마무리 투수로 보직 전환해 21세이브를 올렸다. 삼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9위로 처진 가운데 장필준의 재발견은 그나마 큰 소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