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픽'이다. 청춘을 대변할 수 있는 수 많은 배우들 중 봉준호 감독이 선택한 이 시대 청춘의 얼굴은 최우식(30)이었다. 도도한 여유로움보다는 뻣뻣한 긴장감이 더 사랑스러운 배우. 봉준호 감독의 선택은 이번에도 옳았고, 최우식은 실망없는 노력으로 제 몫을 완벽하게 해냈다. 함께 연기한 선배 연기자들의 꿀 떨어지는 눈빛을 영화 안 팎으로 이해하게 만든 최우식이다.
2011년 데뷔해 어느 덧 10년 차를 바라보게 됐다. 브라운관으로 입성해 스크린에서 꽃 피웠다. 봉준호 감독의 시선을 사로잡은 영화 '거인(김태용 감독·2014)'은 최우식표 청춘의 시작이었다. '거인'의 영재는 '옥자(봉준호 감독)'의 김군으로 사대보험을 운운하며 골리앗을 한방 먹이는가 싶더니, '기생충(봉준호 감독)'의 기우가 돼 직접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스스로 계획한 행보는 아니지만 누군가의 계획 속에 존재했다. 이탈하지 않고 순순히 따른 기세. 응원받아 마땅하다.
여전히 앳된 동안 미모를 자랑하는 최우식은 어엿한 30대가 됐다. 가만히 있어도 인생의 전환기라 말하는 시기. 한국 영화 역사에 남게 될 대표작을 필모그래피에 올렸고, 변화의 흐름을 선물 받았다. 그 사이 새로운 소속사를 찾았고, 실제 집도 이사했다. 최우식을 눈여겨 보는 시선은 꽤 많아졌고, 꽤 디테일해졌다.
물론 오늘과 내일이 다르고, 오전과 오후의 기분마저 극과 극을 달릴 수 있는 '희비극'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이 시대에 최우식의 내일이 어떻게 변할지는 최우식 본인도 알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알지 못하기에 걱정할 수 있다면 기대할 수도 있는 삶이다. 먼 미래에 지금을 떠올려도 이 순간 만큼은 희극이다. '기생충'과 최우식의 만남. 참으로 시의적절하지 않을 수 없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황금종려상 수상작의 일원이 됐다.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니었기 때문에 칸영화제도 최대한 즐기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조금씩 막 기대되고 떨리고 그렇더라.(웃음) 새벽에 라이브로 시청하는데 현실감이 잘 안 느껴졌다. 지금도 그렇다."
-늘 긴장하는 편인가. "많이 못 즐기는 성격이다. 칸영화제도 그렇지만 '거인' 때 부국제(부산국제영화제)에 갔을 때도 그랬다. 축제 분위기가 좀 어색하다. 너무 자랑스럽고, 영화제에 갔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한데 꼭 그 이상으로 긴장을 하게 된다. 엄청 떨었다. 칸에서는 공식 상영까지 끝난 후에야 긴장이 풀렸다."
-'기생충'에 절친 박서준이 특별출연했다. "형 덕을 많이 봤다. 기우가 가족 외 편하게 이야기 하는 유일한 상대이자 장면이다. 실제로 친한 형이어서 더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같이 연기하니까 되게 좋더라."
-여름 개봉 예정인 박서준 주연 영화 '사자'에는 본인이 특별출연 했더라. 품앗이 인가. "감독님과도 친분이 있어서 그 작품에 대해 일찍 이야기를 들었다. 나도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는데 짧게나마 등장할 수 있었다. 좋은 기회였다."
-걱정이 꽤 많은 스타일 같다. "맞다. 긍정적인 모습과 반대로 가고 있다.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은 하는데 쉽지 않다. 기우와 비교하면 기우만큼 긍정적이지는 못한 것 같다. 아쉽게도.(웃음)" -원래 성격인가, 아니면 이 직업을 택한 후 변화인가. "배우 일을 시작하고 더 그렇게 된 것 같다. 계획한다고 해서 계획대로 되는 일은 별로 없겠지만 이 일은 특히 더 그렇다. '어떻게 보여줘야지'는 내 생각이고, 기대 이상으로 될 때가 있으면 그만큼 안 될 때도 있는 것 같다. '잘 될거야, 잘 될거야' 생각하는데 좀처럼 안 풀리니까 좀 많이 지치는 시간이 있었다. 결국 내 숙제인데 다운되는 기분은 안 막아지더라."
-해결법은 찾았나. "예전에는 몰랐다. 지금은 시간이 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쉴 때는 진짜 쉬어야 한다는 것? 흔히 '코에 바람 넣는다'고 하는데(웃음) 에너지 충전이 많이 중요하다는걸 깨닫고 있다. 원래는 여태 했던 것에 다음 것까지 걱정에 걱정을 달고 살았다. 휴식기가 생기면 늘 걱정만 했던 것 같다.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서 여행도 가려고 하는 편이다."
-지금 이 순간,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나. "사실 '기생충'을 끝낼 때 쯤에도 걱정이 많았다. '다음에 이런 현장을 또 느낄 수 있을까?' 좀 두렵더라. 모든 현장은 다르고, 나에게 다가오는 것도 다르지 않나. 그걸 '최대한 받아 들이자' 마음 먹었다. 그래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세우기 보다 과정에 초점을 두려고 한다. '내가 하는 것이 재미있으면 됐다!'는 마음?(웃음) 누구에게 보여주기보다 내가 즐기면서 하고 싶다. 지금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