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한 번밖에 수상할 수 없는 신인왕을 받고 프로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한 선수들. 그들이 이번 비활동기간에도 다시 업그레이드를 위해 휴식도 반납하고 일찌감치 특별한 겨울을 났다.
2018년 압도적인 득표율로 신인왕을 받은 KT 강백호(21)는 지난해 프리미어12를 마치고 곧바로 웨이트 트레이닝장으로 달려갔다. 부모님과 거주하던 수원을 떠나 서울에 따로 숙소도 구했다. 운동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주 중에는 하루 평균 4시간 이상 헬스장에서 구슬땀을 쏟았다. 2018년 138경기, 2019년 116경기를 각각 뛰었고 시즌 종료 후엔 대표팀에 다녀왔으니 쉬고 싶을 수 있다. 오히려 한 단계 발전을 위해 몸만들기에만 열중했다.
2018년 타율 0.290 29홈런 84타점으로 고졸 데뷔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작성한 그는 올해 타율 0.336를 기록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수비 도중 손바닥을 다쳐 한 달 가량 출전하지 못했고. 공인구 반발 계수 감소 영향으로 홈런 개수가 13개로 떨어졌다. 그래서 이번 비시즌에 체지방을 빼고 근육량을 늘려 힘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팀의 간판이자 중심타자로서 다가오는 시즌에는 KT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힘을 보태고자 장타력 향상을 꾀하고 있다. 프리미어12 대표팀에 다녀오며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한 터라 올림픽 메달 도전에도 함께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비시즌을 알차게 소화했다.
삼성 구자욱(27)은 '가장 좋았을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고자 보름 넘게 특별한 훈련을 했다. 구자욱은 2015년 KBO 최초 1군 데뷔 첫 시즌 최다 23경기 연속 안타와 함께 신인왕을 거머쥐며 혜성같이 등장했다. 2017년과 2018년에는 3할 타율-20홈런 이상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9년 타율 0.267 15홈런 71타점으로 1군 데뷔 이후 가장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겼다. 평소 승리욕이 강하고 야구에 대한 열정이 강한 구자욱은 시즌 내내 표정이 밝지 못했다.
이번 겨울 지인의 추천과 주변의 도움 속에 라쿠텐 간판타자 아카미나이 긴지와 일본 오키나와에서 합동 훈련을 진행하면서 자신감을 되찾았다. 긴지는 2006년 라쿠텐에 입단한 우투좌타 내야수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일본시리즈 우수 선수상을 수상하고 두 차례 베스트 나인에 선정됐다.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도 받은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구자욱은 같은 좌타자이자 교타자인 긴지의 성실한 훈련 자세에 매료돼 2주 동안 강도 높은 스케줄을 함께 소화했다. 또 특별한 도움도 얻었다. 함께 훈련한 긴지가 평소 친분이 두터운 야키야마 쇼고에게 구자욱의 타격폼과 훈련 모습을 영상으로 보내 조언을 부탁한 덕분이다. 아키야마는 올해 신시내티와 3년 2100만 달러에 계약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일본 프로야구(NPB) 한 시즌 개인 최다 안타 기록(2015년 216안타)을 보유하고 있고, 2017시즌부터 2019시즌까지 3년 연속 리그 최다 안타를 친 일본프로야구 최고의 교타자로 꼽힌다.
덕분에 여느 때보다 훨씬 알찬 비시즌을 보내게 됐다. NPB에서도 내로라 하는 교타자들의 지원을 받은 구자욱은 "신인왕 때와 비교하면 몸집은 커지고 근육량은 증가했다. 최근 몇 년간 타격폼을 조금 크게 했지만, 이번 비시즌부터 한창 좋았을 때의 타격폼으로 돌아가고자 했다"며 "2주간 즐거웠고 많이 배운 훈련이었다. 정교함이 강함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새 시즌을 기대했다.
비시즌을 알차게 준비한 이들은 이제 해외 전지훈련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위해 더욱 매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