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황희찬'에 열광하는가



한국 축구가 황희찬(20·잘츠부르크)에 '열광'하고 있다. 

유망주였던 황희찬은 올해 1월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겸한 이번 대회에서 그는 대표팀 연령대보다 3살이나 어린 막내였음에도 빼어난 활약을 펼치며 올림픽 본선행을 이끌었다.

특히 카타르와의 4강전에서 나온 70m 폭풍 드리블은 '황희찬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였다. 리우 올림픽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며 8강행 주역이 됐다. 

울리 슈틸리케(62) 대표팀 감독도 매료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9월 1일·중국), 2차전(6일·시리아)에 나설 대표팀 명단에 황희찬의 이름을 포함시켰다. 슈틸리케 감독은 "빠른 스피드와 움직임으로 중국 뒤 공간을 허물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황희찬은 생애 첫 A대표팀 태극마크를 달았다.

왜 황희찬에 열광하는 것일까.

많은 축구인들과 전문가들이 꼽은 결정적 이유는 '유니크(Unique)'다. 지금껏 한국 축구에 황희찬과 같은 유형의 공격수는 없었다. 

그를 올림픽팀에 전격 발탁한 신태용(46) 감독은 "저돌적인 모습, 수비까지 가담하는 활동량 등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스타일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격수 루니와 비슷한 플레이를 한다"고 설명했다.

안정환(40) MBC 해설위원도 "리우 올림픽 최고의 수확은 황희찬이다. 그의 스타일은 저돌적이다. 한국에 새로운 유형의 골잡이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한국에 없었던 새로운 유형이라 하면 웨인 루니(31·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루이스 수아레스(29·바르셀로나)와 같이 저돌적인 돌파와 과감한 플레이로 상대를 순식간에 무너뜨리는 스타일을 말한다. 황희찬의 모습에서 세계 정상급 공격수들의 모습이 보인다는 의미다.

한준희(46) KBS 해설위원에게 더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한 위원은 "황희찬은 매우 훌륭한 선수다. 지금 한국의 모든 선수를 통틀어 스타일이 가장 유니크한 선수다"며 "빠른 스피드와 기술력, 그리고 저돌적 몸싸움으로 수비를 뚫고 골 라인으로 전진하는 모습은 이전 한국 축구에서 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주영하고도 다르고 이동국, 김신욱, 석현준, 손흥민 등과도 스타일이 다르다"며 "예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차범근, 최순호, 김주성, 황선홍 등 공격수들과 비교해도 다르다"고 덧붙였다.

조금 더 전문적인 설명을 붙이자면 황희찬은 '윙포워드 성향을 탑재한 원톱'이다.

그동안 골에 집중하는 전형적인 원톱은 많았다. 윙포워드는 측면 미드필더로서 공격수를 도와주는 역할에 치중했다. 하지만 황희찬은 원톱이면서도 사이드까지 종횡무진 하는 스타일이다. 골도 넣고 도움도 올린다. '포지션 파괴자'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황희찬의 '유일함'이다.

 


한 위원은 "황희찬은 윙포워드가 내재된 원톱이다. 이전에 이런 스타일의 공격수가 한국에 있었다면 지금 황희찬에 이렇게 열광하지는 않을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님도 기존에 없었던 스타일을 봤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냉정하게 말해 황희찬은 골을 잘 넣는 공격수가 아니다. U-23 챔피언십에서 한 골도 넣지 못했고 리우 올림픽에서도 한 골에 그쳤다. 지난 시즌 소속팀에서도 13경기에 나섰지만 득점은 하지 못했다. 공격수의 첫 번째 임무인 골을 넣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그를 향한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이유가 있다. 바로 황희찬이 움직이면 동료들에게 찬스가 생기는 현상이다. 탁월한 어시스트 능력도 포함돼 있다.

한 위원은 "U-23 챔피언십에서 황희찬이 골은 없었지만 그의 움직임으로 얻은 득점이 정말 많았다. 올림픽에서도 그랬다"며 "골수가 문제가 아니다. 동료에게 기회를 주고 어시스트를 할 수 있는 능력이 탁월하다. 축구팬들도 그런 모습을 봤다. 그래서 골은 없지만 그를 인정한다.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다"라고 분석했다.

20세의 어린 나이로 약 7개월 만에 올림픽팀을 넘고 A대표팀까지 올라섰다. 황희찬의 비상에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가 있어 한국 축구는 빛나고 기쁘다. 이름 '희찬(喜燦)'처럼.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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