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현은 22일 LG와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1⅓이닝 2피안타·2탈삼진·무실점으로 홀드를 기록했다. 2-0으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8회 1사에 등판해 실점 없이 임무를 완수했다. 원종현은 지난해 스프링캠프 도중 대장암 2기 판정을 받고 2월에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긴 재활 치료 끝에 완쾌 판정을 받고 5월 31일 1군에 합류했다. 2014년 10월 17일 경기 이후 592일 만이었다. 등판 자체가 드라마였고, 포스트시즌 복귀전도 완벽했다.
원종현은 PO 2차전에서 공 21개를 던졌다. 포심 패스트볼(4개)과 슬라이더(9개), 투심 패스트볼(8개)을 섞었다. 투심 구위가 워낙 좋았다. 최고 구속 155km(최저 148km)까지 찍혔다. 투심 8개 중 6개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투심의 구위를 앞세워 커브, 스플리터 등 구종을 섞지 않고 단순한 레퍼토리만 보여 줬다.
커터도 보여 주지 않았다. 커터는 원종현이 복귀 과정에서 준비한 구종이다. 슬라이더보다 속도가 빠르지만 꺾이는 각도가 덜 하다. 일반적으로 직구와 비슷한 속도로 날아오다가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살짝 꺾이기 때문에 타자들이 배트 중앙에 맞추기가 힘들다. 우타자 기준(우투수)으로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변화구. 좌타자 기준(우투수)으론 몸 쪽으로 꺾이기 때문에 타이밍을 잘못 잡으면 배트 손목에 공이 맞아 방망이가 부서진다.
통산 652세이브를 기록한 마리아노리베라(전 뉴욕 양키스)는 직구와 커터만으로 빅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됐다. 그는 커터를 '신의 선물(Gift From God)'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직구로 보이다가 마지막에 궤적이 살짝 바뀌는 커터의 특성상 빠른 직구일수록 효과는 더욱 배가 된다. 원종현의 직구는 시속 150km를 넘는다. 커터를 장착한다면 타자들이 느끼는 위압감은 더 커질 것이다.
원종현은 5월 31일 복귀전을 치른 후 "왼손 타자 몸 쪽으로 커터를 던져보려고 했는데, 잘못 던졌다. 앞으로 (커터) 비중을 늘려 나갈 생각이다"고 전했다. 원종현 같은 사이드암 투수는 통상 좌타자에게 약점이 있다. 대개 사이드암 투수들은 바깥쪽으로 꺾이는 싱커를 대안으로 삼는다. 원종현은 반대로 몸 쪽으로 꺾이며 배트 손잡이 쪽에 맞는 커터를 무기로 삼았다.
포스트시즌에선 잘못 던진 공 하나가 1년 농사를 망칠 수도 있다. 하지만 구위가 좋은 투수가 다른 무기까지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타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한다. 여기에 LG는 ' 좌타자'가 많은 팀이다. 원종현이 커터를 준비한 이유기도 하다. 과연 원종현은 커터를 던질까. 키는 '투수'가 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