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포수 김태군(27)은 22일 마산구장에서 2년 전 LG와의 준플레이오프(PO) 경기를 떠올렸다. 1군 진입 2년째인 NC가 정규 시즌 3위로 창단 첫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랐을 때였다. 당시 NC에는 골수팬이 많지 않았다. 서서히 인기의 저변을 넓혀 가던 시기였다.
하필 첫 준PO 상대팀이 LG였다. 전국적으로 열성 팬이 많기로 유명한 구단이다. NC의 역사적인 첫 가을잔치가 열린 2014년 가을, 마산구장 관중석은 LG팀 유광 점퍼로 가득 찼다. 3루 쪽은 물론 1루 쪽 관중석까지 LG의 응원봉이 물결쳤다.
김태군은 "경기 전 몸을 풀러 외야에 나갔는데 선수들이 벌써 기에 눌리는 느낌이었다. 분명 우리 홈인데, 원정 온 기분이었다" 며 "그때 마산구장은 사실상 마산구장이 아니었다. 잠실구장이었다"고 웃어 보였다.
이번엔 달랐다. 벌써 3년째 포스트시즌 진출. 그러나 LG와 마산 재대결을 앞두고 그때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우였다. NC 선수들이 2년 전 '가을 초짜'의 모습이 아니듯, 마산구장도 2년 새 많이 달라졌다. 열성적인 NC 팬들이 1루 쪽 관중석을 가득 메웠다. 하늘색 응원봉이 좌석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김태군은 "올해는 오히려 3루 쪽 관중석에서도 우리 팬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게 우리팀이 2년 전과 달라진 이유다"고 했다.
프로야구 선수는 1년 내내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산다. 포스트시즌에는 더 많은 식량이 필요하다. LG는 그런 의미에서 매년 가을, 배가 부르다. 올해도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시작된 잠실구장의 응원 열기가 엄청나다. 양상문 LG 감독은 2차전이 끝난 뒤 패장 인터뷰에서 "마산에서 1승1패를 했다면, 3, 4차전에 나올 NC의 젊은 선발투수들이 잠실의 기운에 눌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고 아쉬워했을 정도다.
올해 하늘은 마산에서 NC 편에 섰다. NC는 홈구장의 이점을 듬뿍 누리면서 2승을 안았다. 다소 부담스러운 잠실 원정길에 나서지만, 벼랑 끝에 몰린 LG보다 심리적으로 훨씬 여유가 있다.
김태군은 "아무래도 세 번째로 경험하다 보니 선수들도 (가을 분위기에) 적응이 많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한층 노련해진 리드와 볼 배합으로 NC 투수들의 호투를 뒷받침하고 있다. 다른 선수들 역시 같은 생각이다. 중심타자 나성범도 "경험을 통해 어린 선수들이 성장했다는 게 느껴진다"고 자신했다. NC는 2년 새 많이 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