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TV 시장에서 저가 판매 비중이 늘고 있다. 주력 프리미엄 제품인 QLED TV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과 중국 저가 공세 등에 삼성전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비자는 좋은 일이지만 TV 시장 1위와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삼성전자로서는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16일 삼성전자 미국법인 공식 사이트에 따르면, QLED TV 중 저렴한 제품군에 속하는 Q60T의 7가지 사이즈 중 85형을 제외한 6가지 사이즈(43~75형)의 가격은 1500달러(177만원) 미만으로 형성돼 있다. 이 중 가장 싼 것은 약 529달러(63만원)인 43형이며, 인기가 높은 크기인 50형은 약 649달러(77만원), 65형은 1000달러가 안되는 약 949달러(112만원)다.
Q60T보다 상위 제품인 Q70T의 50~60형대, Q80T의 50형대 가격도 1500달러를 넘지 않는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QLED TV가 프리미엄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TV 시장의 주류인 50형대, 60형대의 경우 상위 라인업을 제외하면 가격대가 1500달러 미만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가 프리미엄 TV를 1000달러 내외에서 살 수 있어 저가 QLED TV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올해 특히 저가 QLED TV의 인기가 높아 출하량이 많이 증가했다.
시장조사 기관인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 QLED TV의 금액대별 비중(출하량 기준)은 1500달러 미만이 67.8%를 차지한다. 1000~1500달러대가 38.4%로 전체 금액대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500~1000달러대가 26.6%로 뒤를 이었다.
삼성 QLED TV의 저가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9년 1분기에는 1500달러 미만의 비중이 27.3%였으나 같은 해 2분기에는 45%, 3분기에는 37.6%, 4분기에는 51.9%까지 늘었다. 올해 들어서는 1분기에 56%였던 것이 2분기에 67.8%까지 치솟으며 70%에 육박했다.
저가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QLED TV 제품군의 다양화와 함께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영향도 있을 것으로 봤다. 중국 업체들은 500~750달러대 저가 QLED TV의 비중을 전체 중 절반 이상까지 늘렸다.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2분기 1%대에서 올해 처음으로 10%대를 넘어섰다.
중국 QLED TV 진영은 TCL·하이센스에 이어 지난해 콩카·화웨이·샤오미와 올해 창홍·르티비(LeTV)까지 합류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TV 시장이 역성장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판매 볼륨을 유지하기 위해 저가 전략을 편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2분기 출하량을 크게 늘린 중국의 저가 LCD TV 공세를 견제하기 위해 하위 저가 라인업을 앞세운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추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싸게 많이 팔아 TV 시장 1위를 지킬 수 있지만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게 문제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글로벌 TV 시장에서 매출액 기준 31.3%로 세계 1위를 지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저가 QLED TV에 대해 “전체 TV 시장의 평균 단가가 떨어졌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경제가 어려워 전반적으로 구매력이 떨어지는 등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장가가 내려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QLED TV의 라인업이 다양해져 가격이 내려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 올해 8K 신제품이 출시된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동급 제품을 타사보다 싸게 파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는 중국 저가 공세에 대해 “아직 위협적이지 않다. QLED TV 시장은 우리가 주도하고 있다”며 “중국 저가 공세 때문에 가격을 내렸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