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칼럼] 게임? 알고 보면 별거 아니에요!
일간스포츠

입력 2006.01.12 00:05

# Episode 1

“아이참, 할머니! 그게 아니구우~, 이거랑 이거랑 맞춰야지!”

제 손 보다 두 배나 더 큰 마우스를 쥐고, 컴퓨터 앞에서 잔뜩 얼어붙어 차렷자세로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는 할머니에게 이제 갓 네 살이 된 손녀가 핀잔을 준다.

# Episode 2

“그래.. 있다가 5번 방에서 만나. 우리 손주 어린이방에서 오기 전에 한 판 해야지. 아참, 승민 할머니도 오기로 했지?” A씨는 평소 친하던 할머니들과 고스톱 게임에서 만날 약속을 한다.

# Episode 3

“여보, 오늘 사냥 갔었어?” “아니.. 전사를 못 구해서 OX 퀴즈만 하다가 그냥 나왔어. 있다가 당신 들어오면 같이 가려구. 오늘 일찍 들어올 수 있지?”

게임 회사에 5년씩이나 다니고 있지만, 필자는 게임 마니아도 아니고, 주위 사람들도 평범하기 그지 없는 사람들이다. 게임 산업이 영화 산업의 2배 규모가 된다는 것도, 소니가 게임에서 가장 큰 매출을 올린다는 사실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갑남을녀들에게도 게임은, 할머니와 손녀의 가교가 되고,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를 만나고, 부부가 편하게 여가를 즐기게 하는 등 친근한 놀이가 되었다.

게임은 이처럼 남녀노소 모두 즐기는 엔터테인먼트가 됐지만 여러 이중 잣대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우리 IT 산업의 꽃’으로, ‘주식 시장의 황제주’로 한껏 치켜 올렸다가 중독의 폐해와 게임 망국론까지 등장, 마약처럼 취급받기도 한다. 과도하게 게임에 빠져 나타나는 폐해들을 무시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게임이 창의력을 키우고 감성을 높이고, 논리적인 사고, 적응력, 판단력, 문제풀이 능력을 키워준다는 저명한 학자들의 보고서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조금만 관심을 갖고 지도하면 얼마든지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데, 시도도 하지 않고 무조건 마녀사냥 식으로 몰아가는 일만은 없어야겠다.

직접 게임을 즐기는 게 부담이 된다면, 자녀들이 좋아하는 게임 홈페이지에 들어가 게임 내용과 스크린샷, 자유게시판의 글을 읽어보고 관련 기사 몇 개 정도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그 게임에 대해 이해하게 되고 자녀들과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다. 삼삼오오 모여서 고스톱을 치고 공공칠빵 놀이를 즐기듯, 알고 보면 온라인에서도 사람을 만나서 대화하고 친구를 사귀고 생활하는 것이다. 자녀가 만나는 친구,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해 궁금해 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듯, 게임 역시 자연스럽게 접근한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늘이라도 자녀에게 얘기를 붙여보자. “크아 레벨이 어떻게 되니?” “오늘 조랑이 만화, 업뎃 됐니?”

이재교 ㈜넥슨 컨텐츠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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