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비디오 게임] "제대로 안 할거면 손대지 마!"
일간스포츠

입력 2006.01.12 00:21

비겜 이용자의 한글화 선호도 조사

까막눈이 영어사전 찾아 가면서 게임을 즐기던 90년대가 있었다. 게임이 그저 한글로 나오기만 해도 감격하던 시대.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단순히 한글화만으로 게이머의 지갑을 열겠다는 건 거의 ‘서커스’라 봐도 좋다. 그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의 한글화 방식에 개입하기를 원한다.

한국의 팬들은 일찌감치 한국어 더빙이 없는 DVD는 사지 않겠노라 공언했다. 팬들은 원본 보다 ‘토종’ 멀더와 스컬리를 원했고, 국내 유통사인 20세기 폭스측이 요구를 전격 수용해 한국어 더빙을 함께 수록했다.

지난 해 블록버스터 롤플레잉 게임 <파이날 판타지 10> 이 정식 발매되자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게임과 캐릭터의 정체성은 분명 동양인데 주인공들은 영어로 신나게 떠들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 유통사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불편을 호소하는 유저들이 많았다.

최근 루리웹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게임의 정식 발매는 ‘원본 그대로’가 좋다는 이들의 선호가 잘 드러난다. 이는 게임 컨텐츠에 대한 훼손을 우려하는 데에서 나오는 방어 심리가 강한 것이다. 물론 이런 세부 조건에 앞서 게이머들이 요구하는 것은 기본에 충실한 현지화다.

원본을 중시하려는 이러한 방어적 태도는 게임 컨텐츠에 대한 ‘토착화’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현재의 불안감을 반영하는 것이다. 훼손되느니 차라리 손을 대지 않는 편이 낫겠다는 것이다. 원본을 능가하는 더빙 판이 아니면 사지 않겠노라 우겨보거나 ‘그 캐릭터에는 역시 이 성우’라고 즐겁게 수다를 떨 수 있게 되려면, 안정적인 현지화라는 산을 먼저 넘어야 한다. 이용자들의 닫힌 마음을 여는 것은 유통사들의 적극적인 노력이다.

최근 들어 <진 여신전생 3> 를 비롯한 많은 게임들이 이런 목표를 현실로 바꿔가고 있다. 음성까지 충실하게 구현해낸 <테일즈 오브 데스티니 2> , 원본에도 없는 추가 스테이지들과 신해철의 오리지널 음악까지 담아낸 <길티기어 이그젝스 샤프 리로드> 와 같은 타이틀은 이미 팬들이 상상한 것 이상을 보여줬다. 누가 아랴? 곧 우리도 팬들과 같은 호화로운 ‘맞춤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지.

허준석(루리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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