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상가 현장취재] "뭐 찾는 것 있어요?" "여기 와 보세요!"
일간스포츠

입력 2006.01.12 00:21

불법 복제 둘어들고 중고 매매 넘쳐

이건 바꿔야 한다. 게임 유저들은 개발사나 유통사의 잘못을 지적하는 데는 포청천처럼 엄격하다. 바른 태도다. 그런데, 일부지만, 반대로 자신들의 위법에는 무척 관대하다. 이중 잣대다.

외국보다 늦는 비디오게임의 발매일과 한글화 수준에 불만을 쏟아내면서도 불법 복제물들을 사는 유저들이 많다. 불법 복제 때문에 정품 시장 규모가 줄어들면 일본이나 미국과의 동시발매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를까. 한글화할 정도의 수지타산도 안 맞으면, 결국 손해 보는 것은 유저들이다.

의욕 넘치게 시작했던 비디오게임 유통사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비디오게임 시장에 대한 우려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불법복제와 함께 중고 게임 매매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과연 불법 복제와 중고품 매매의 실상은 어느 정도일까. 기자가 PS2를 들고 용산에 간 까닭이다.

지난 15일, 기자는 가방에 PS2를 담고 용산 전자상가를 갔다. 목적지는 비디오게임 가게들이 몰려있는 전문상가. 가방에 든 PS2를 개조하는 과정을 쫓아가며 현재 비디오게임 업계가 겪고 있는 문제점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려는 시도였다.

오후 4시 30분께 상가에 들어섰다. 골목의 좌우로 길게 늘어선 비디오게임 가게의 점원들이 지나가는 기자를 불러 세운다. 무언가 사려는 눈치인데 우물쭈물 대고 있으니 딱 그들의 ‘밥’이었다. 기자는 속으로 ‘고맙지, 뭐’라고 혼자 말했다.

평소 용산에 왔을 때는 안 그랬지만, 이번엔 부르는 대로 다 갔다.



▲ PS2 개조의 현장

슬쩍 “PS2 개조하는 데 얼마에요?” 라고 물었다. 소리가 나면 위험하다고 생각했는지, 옆 가계에서 들으면 곤란하다고 여겼는지 말 대신 전자계산기에 가격을 찍어 보여줬다. 대략 ‘45000’에서 '55000' 사이였다.

여섯 군데 가계를 돌아다닌 가운데 가장 싼 가격(45000)을 찍은 가게에서 “네트워크 기능도 지원돼요?” 라고 물었다. 그건 5만원이라고 했다. 깎아달라고 했다. 4만 5000원으로 낙찰됐다.

게임기를 꺼내줬다. 10분만 기다리고 했다. 하지만 “제 기계가 어떻게 개조되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졸랐다. 그러자 가게 주인은 “고쳐주는 사람이 누구 데려오는 것 싫어한다”며 그냥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내 기계인데, 어떻게 되는지 꼭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계속 우겼다. 가게 주인은 전화를 걸었고, 한 사람이 와서 기계를 들고 가면서 “따라오라”고 했다.

가게들 사이를 가다가 옆으로 빠지는 복도가 나왔다. 그 복도 쪽으로 5m쯤 가자, 다시 좌우로 통로가 있었다. 간단한 미로 같은 부위기였다. 오른쪽 통로로 10m 정도 가니까, 2명 정도 간신히 들어갈 좁은 작업실의 책상 앞에 남자 두 명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말 없이 ‘작업’을 시작했다. 왼쪽 남자는 전기 드라이버로 PS2를 해체하는 단순작업을 했고, 오른쪽 남자는 지역코드를 풀어주고, 복제 게임도 돌아가게 해주는 칩을 달아 납땜했다.

“네트워크도 풀어주는 칩은 언제부터 들어왔어요”라고 물었다. 짧게 “3개월 정도 됐어요” 라고 대답했다. 기자가 서있는 입구 쪽을 경계하듯 힐끔힐끔 쳐다봤다. 몇 가지 질문을 했지만 대답이 없었다. 묻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이 기술자들을 중계하고 4만 5000원을 받은 가게 주인에게 ‘개조하는 사람 많냐’고 물었다. “아주 많아요. 그래서 기술자들이 늘었어요.” 얼마나 많을까? 옆 가게 점원은 “용산에서 PS2를 사는 사람의 50%가 개조를 한다”고 했다. 개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평균 4만~5만원 하는 정품 비디오게임 대신 1만원 이하의 복제판을 플레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X박스의 경우에는 120기가의 하드디스크를 달아주는 개조 가격이 15만~18만원 수준이었다.



▲ 복제품보다 중고품이 더 문제

복제품을 돌릴 수 있는 개조를 했으니, (순전히 취재를 위해!) 복제품을 사고 싶어졌다. 복제한 가게에 “복사 CD 있어요?” 라고 물었다. 없다고 했다. “ <위닝 일레븐 7> 을 꼭 하고 싶은데…” 라고 했다.( <위닝 일레븐 7> 은 지난 달 일본에서만 발매된 타이틀이다.) 그랬더니, “그건 하나 있다”며 아주 조심스럽게 복제품을 까만 비닐에 담아 넘겨줬다. 일본 돈으로 7800엔(약 8만원) 하는 것이 1만원이었다.

“왜 이렇게 조심하느냐”고 물었다. “최근 단속이 심해서 팔 수도 없고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너 가게를 더 찾아가도 복제품은 구할 수 없었다. 모두 “단속이 심해서”, “원래 건물 2층에서 복제품을 만들던 사람도 정리한 상태”니, “온라인에서 구하라”고 했다.

대신 중고 게임들이 넘쳐 났다. 2만~3만원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게임을 가져오면 비슷한 시세의 게임으로 5000원에 바꿔줬다. 주변에 있던 대부분의 10대들도 중고 게임의 가격을 물어보고 있었다.

가게들에겐 새 게임을 파는 것보다 중고 게임을 파는 것이 훨씬 짭짤했다. 가게들의 과열 경쟁으로 새 비디오게임의 경우, 마진폭이 1000원 남짓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중고게임은 교환만 해줘도 5000원이 거저 생기는 장사였다. 게다가 세금 한 푼 안 내도 된다.

가게 점원도 “새 게임보다 중고 게임을 더 권한다. 손님들도 싸서 좋아하고, 가게 입장에서도 더 수익이 난다”고 말했다. 신작 게임은 마진폭이 1000원밖에 안 날 정도로 경쟁하던 가게들이 중고 게임은 교환비용 5000원으로 카르텔을 맺고 있는 인상이었다.

국내에 수입되지 않은 일본 게임들도 중고로 판매되고 있었다. 영상물 등급위원회의 심의를 받지 않은 상태로 판매되는 셈이니 이것은 이중으로 불법이었다.

복제품에 대한 단속이 심해 중고품 매매가 활발하지만, 그렇다고 복제품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닌 듯했다. 마진폭은 복제품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기자가 산 1만원의 <위닝 일레븐 7> 의 원가는 1000원 미만이다. 게임기 개조로 유명한 P 가게 앞에서 만난 한 게임기 유저는 “요즘 가게들이 모르는 사람은 경계한다. 하지만 안면이 있는 손님에게는 복제품을 판다. 그만큼 마진폭이 크기 때문”이라고 가르쳐줬다. 또한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1만원 미만의 복제품들이 유통되고 있다. 물론 사기 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믿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항상 따르는 사람들이 있다”고 밝혔다.

게임섹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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