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의 역사 '바람의 나라' 7주년
일간스포츠

입력 2006.01.12 00:30

미국 '즐바맨' "한국인이 되고 싶다"

한국 온라인 게임의 나이는 몇 살일까? 그래픽 기반의 온라인 게임을 기준으로 정확히 일곱 살이다. 그런데 한국 온라인 게임의 나이는 세계 온라인 게임과 같다. 한국이 세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 게임이 나온 나라이기 때문이다.

96년 4월 4일 <바람의 나라> (넥슨)가 PC통신 천리안과 유니텔을 통해 첫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때가 바로 세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 게임이 탄생한 때이다.

이처럼 대견한 <바람의 나라> 였지만 지난 7년간 달려온 길이 순탄치 않았다. 난생 처음 접하는 온라인 세계에서 이용자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상황. <바람의 나라> 가 내린 선택이나 결정은 온라인 문화의 초석이 됐다.

<바람의 나라> 7주년과 함께 온라인 게임 문화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자.


▲ 96년, “온라인 게임? 그게 뭐죠?”

95년부터 시범 서비스를 했던 <바람의 나라> 는 당시로서는 개념조차 없었던 그래픽 온라인 게임이었다. 아직 인터넷이 도입되지 않은 시절, 모뎀에 전화선을 연결해 접속하던 PC 통신이 전부였다.

넥슨은 <바람> 을 서비스 하기 위해 천리안에 들고 갔지만, 회사에서 개념을 이해하지 못해 설득하는 데만 며칠이 걸렸다. 결국 당시 유행하던 ‘분당 이용 요금을 받는’ 인포샵(정보가게) 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설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곧 인기몰이에 성공했고 99년에는 ‘상반기 천리안 콘텐츠 대상’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종량제 방식으로 쓴 만큼 요금이 부과되던 당시 VIP 이용자는 한 달에 200만원을 낸 대학교 교수가 차지하기도 했다.

▲ 97년, “온라인 게임 부부 1호 탄생”

이제는 온라인 게임에서 만나 실제 결혼하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바람의 나라> 에서 맺어진 최초의 온라인 게임 부부 1호가 탄생했을 때는 사회적으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당시 화제의 김종민 전성아 커플은 둘 다 <바람의 나라> 를 즐기던 열혈 게이머들이었다.이미 게임 속에서 서로를 알고 호감을 갖던 이들은 이용자들 간의 모임에서 직접 만나 서로 첫눈에 반했다. 결국 <바람> 에서 만나, 연인으로 ‘바람’나서 결혼에 골인했다.

이후 게임상에서 만나 결혼하는 것이 점점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온라인 게임도 생소했던 시절에 게임에서 만나 결혼했으니 얼마나 신기했을까.


▲ 98년, “한국인이 되고 싶어요”

<바람의 나라> 는 98년 7월에 북미에 (넥서스)라는 이름으로 수출됐다. 특히 고구려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해외에 우리 전통문화를 알리는 전도사 역할도 톡톡히 했다. 온라인 게임으로서는

<넥서스> 이용자 홈페이지에는 고구려 유리왕을 소재로 한 영문 시가 등장하는가 하면, 넥슨 미국지사 직원이었던 데이브 커널리(24, 당시 나이)는 한국을 너무 좋아해 화제가 됐다. 그는 <홍길동전> <구미호> 등 한국 고전문학에 심취해 한국판 <바람의 나라> 에도 없던 <별주부전> 모험(퀘스트)을 <넥서스> 집어넣는 등 열성을 보였다.

한국 넥슨 본사에도 자주 왔던 커널리는 한국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한국인이 되고 싶다”고 말하기까지 했는데 지난해 말 개인적인 공부를 위해 넥슨 미국지사를 그만뒀다.


▲ 99년, “강냉이와 쫄쫄이를 아시나요?”

학생층이 <바람의 나라> 를 많이 이용하면서 99년 즈음에는 ‘통신용어’가 만연하기 시작했다. 당시 기본 인사법은 “즐바 하세요”(즐겁게 <바람의 나라> 하세요)였다. 그러다가 더 줄여서 최근 온라인 게임에서 많이 쓰는 “즐”로 줄어들기도 했다.

청소년 언어가 파괴된다고 느낀 운영진은 99년 1월에 ‘욕 방지 시스템’을 도입, 당시 가장 유행하던 욕인 ‘(장)애자’를 입력하면 ‘친구’로 바뀌도록 설정했다. 그랬더니 이번엔 오히려 친구라는 좋은 말 자체가 게임상에서 나쁜 의미가 되어 버렸다.

개발진은 고민 끝에 ‘X끼’는 ‘강냉이’, ‘애자’는 ‘쫄쫄이’로 바뀌도록 설정했다. 욕을 하는 입장에서도 묘한 쾌감을 느끼게 조절한 것이다. “그 강냉이 마음에 안 들어” “쫄쫄이 사절” 등 요절복통할 문장들이 쏟아졌다. ‘강냉이’와 ‘쫄쫄이’는 지금도 애용되고 있다.


▲ 2000년, “사회적 현상을 게임에 담다”

2000년 12월, 일본의 도예가 다니 순제이가 고려청자를 복원했다며 사기극을 벌였다. 온 국민이 분개했음은 당연한 일. <바람의 나라> 는 재빨리 게임 속에 일본을 추가해서 실제 역사에 근거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당시 진행된 이벤트는 ‘도자기 기술을 일본에 전수하라’와 ‘칠지도를 제작하라’ 두 가지. 저 연령층 이용자가 많았던 <바람의 나라> 는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올바른 역사를 알게 해주는 교육효과를 거뒀다. 또 사회적 현상을 온라인 게임에 반영함으로써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후 <바람의 나라> 를 비롯한 국내 온라인 게임들은 명절이나 각종 기념일에 게임에서 특별한 이벤트를 열거나 월드컵, 수재민 돕기 등의 전사회적 관심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참구성원’의 모습을 갖춰 나갔다.


▲ 2003년, “아직도 바람은 분다!”

나이가 들면 늙어 보여야 할 텐데, <바람의 나라> 는 전혀 아니다. 앙증맞은 2D 캐릭터들은 3D의 화려한 캐릭터들이 불을 뿜는 요즘도 게이머들에게 사랑 받는다. 7년이 지난 올해에도 최대 동시접속자수 8만 명을 거뜬히 기록했다.

특히 초등학교 학생들이 제일 처음 접하는 온라인 RPG으로 자리매김했다. 전체 유저층 분포에서도 초등학생이 약 60%를 차지할 정도로 <바람> 사랑이 대단하다. 재미있는 것은 연륜이 되면서 엄마가 자신이 하던 계정을 딸에게 물려주는 ‘대를 이어 하는’ 경우까지 나온다는 점. 재미와는 별개로 어린 자녀에게 믿고 넘길 수 있는 게임은 그리 흔치 않다.

96년 게임에 단 하나 있던 고구려 국내성에서 불기 시작한 <바람> 이 이제는 일본과 중국 대륙을 업데이트를 넘어서 100개 성을 아우르는 ‘신바람’기류를 타고 있다.

이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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