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톱·포커 등 게임 포털 영등위 매질에 볼멘소리
일간스포츠

입력 2006.01.12 00:58

"놀이를 왜 자꾸 도박이라 하는거야"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

최근 고스톱, 포커 등을 서비스하는 온라인게임 포털들이 영등위와 일부 언론에 잇따라 얻어맞고 있다. 마치 사회악의 근원처럼 여겨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 문제를 자세히 짚어보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무엇이 정말 문제인지 대부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이성적인 판단에 앞서 사람들은 사이버 고스톱에 중독된 사람이나 사이버머니를 현금으로 바꿔 정말 도박하는 사람들을 보고 이 모든 것이 게임 사이트 탓이라고 말을 한다. 그리고 그것을 아주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현상으로 여기기까지 한다.

침소봉대라는 말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최근 쏟아지는 포털 게임 사이트 이슈들을 몇 가지 짚어보자.

▲ 사이버 고스톱을 사랑하는 대한민국, 정말 도박공화국인가?

최근 넷마블, 피망, 한게임 등 게임 포털사이트의 ‘맞고’가 인기를 얻으면서 사이버 고스톱 인구가 대폭 늘어났다. 한국인 둘 중 하나는 고스톱 사이트 회원이고 사이버 공간에서 고스톱이나 포커를 치는 네티즌이 하루 평균 300만 명이라고 한다. 이를 근거로 ‘한국은 도박공화국’이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논리 비약이다.

대표적인 게임포털 사이트 3사에서 고스톱 동시접속자수가 가장 많이 늘어나는 시간은 점심시간대다. 최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하루 1시간 씩 업무시간에 간단한 게임을 즐긴 네덜란드 노동자의 업무효율이 그렇지 않은 노동자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컴맹인 할아버지, 할머니가 제일 처음 배우는 컴퓨터 게임이 무엇일까. 바로 고스톱이다. 그런데 ‘세대와 성별을 뛰어넘는 놀이’는 어느 순간 ‘세대와 성별을 안 가리는 도박’으로 표현된다.

도박은 실제 돈을 걸고 하는 사행성 게임이다. 대표적인 게임포털 피망에서 유료 유저는 전체의 4.5% 수준이다. 그나마 월 평균 사용액은 1만원 수준이다. 일부 극성 유저가 있을 가능성을 100% 배제할 수 없지만, 놀이의 특성상 고스톱은 돈을 바라고 매달리는 게임이 될 수 없다고 업계 관계자와 일반 게이머들은 말한다. 중독됐다면 게임 중독이다. 그렇다면 하루 종일 <스타크래프트> 방송만 보는 사람과 별로 다를 바 없다.


▲ 정말 잡아야 할 대상은 불법 게임사이트와 머니상이다.

사이버 고스톱이나 포커를 치면 사이버머니를 딸 수 있다. 이 사이버머니는 사이버캐쉬와 엄격히 구별해야 한다. 사이버캐쉬는 ‘수표’처럼 현금 대신 쓸 수 있는 공인된 대용 화폐다. 그래서 간혹 훔친 신용카드 등을 이용해 사이버캐쉬를 왕창 사서 카드깡을 하기도 한다. 방송에 간혹 보도된 유명 포털사이트의 사이버캐쉬 까드깡 사건을 사이버머니와 연결시키면 안 된다. 사이버머니는 아무리 많이 벌어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전혀 쓸모 없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만약 사이버머니를 벌어서 게임포털 내에서 어떤 혜택이라도 받는다면 이는 환금성과 바로 연결되고, 그 사이트는 도박장 개설죄로 바로 걸려든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곳에 이런 사이트(거의 포커)가 실제로 존재한다. 이때 발생하는 문제는 첫째, 이런 사이트를 신속하게 단속하지 못한다는 점. 둘째, 이 때문에 건전한 게임사이트까지 한통속으로 엮어 나쁜 사이트로 찍힌다는 점이다. 잘못은 불법 사이트를 잡지 못한 공권력에 있는데 욕은 게임포털이 먹는 셈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골치거리는 ‘머니상’이다. 실제로 아무 가치도 없는 사이버머니를 돈을 주고받고 사고파는 사람들이다. 한게임의 경우, 포커머니 100조가 11만~13만원에 거래된다. 덕분에 사이버머니는 말도 안되는 환금성을 갖게 된다. 사행성이 조장된다.


▲ 누가 머니상을 막아야 하는가?

머니상은 기본적으로 게임 업체들의 책임이다. 아무리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났더라도 머니상들이 발을 못 붙이도록 좀더 철저한 어뷰저 응징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점은 포털 업체에 책임이 있다.

그런데 그렇다고 수익모델인 ‘아바타 구매’나 ‘간접충전’에 제약을 가하는 것은 영등위가 할 일은 아니다. 영등위는 게임 컨텐츠의 연령 등급을 매기는 이상으로 힘을 과시해선 곤란하다. 아이템 구매를 통한 간접충전의 경우, 머니상을 통해 사이버머니를 직접 사는 것보다 2배 이상 비싸다. 간접충전이 실제 도박을 부추긴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

현재 머니상에 대한 공권력의 단속은 오프라인 기반의 형법 상 거의 불가능하다. 중장기적으로 달라진 인터넷 환경에 따른 법규 개정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전에 포털 사이트들이 자체적으로 나서야 한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게임 머니를 단계적으로 리셋(Reset, 초기화)하는 방식이나, 누진세 형식으로 세금을 걷는 방식, 관람자 모드를 부여해 사이버머니 몰아주기를 부담스럽게 만드는 제도적인 장치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임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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