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퀴즈?] 변사체로 발견된 장기수
일간스포츠

입력 2006.01.12 22:04

부패된 정도로 봐선 사망한 지 한 열흘 …
남한내 연고는 사촌 여동생 한 명 뿐인데 …누가

주간회의 시작에 앞서 신문을 뒤적이던 팀장이 요원들을 향해 엄숙하게 말문을 열었다.

"이제 회의를 시작해 볼까?"

그때 팀장 책상 위의 전화벨이 울렸다. 다시 자리로 돌아가 수화기를 집어든 팀장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오늘 회의는 다음으로 미루고, 사건 얘기부터 해야겠어. 실은 몇 달 전 전향 의사를 밝히고 석방된 장기수 한 명이 실종된 지 열흘 만에 변사체로 발견되었다는군. 일단 대공 용의점은 없어 보이지만 혹시 또 모르는 일이니 우리더러 수사를 맡으라는 거야."

변사체가 발견된 곳은 서울 외곽의 대형 아파트 주차장에 방치되어 있던 승용차 트렁크 안이었다. 현장을 관할하는 경찰서에 도착한 김정호 요원과 박철호 요원은 현장을 감식하고 조사했던 경찰로부터 사건 정황 일체를 인수받기 시작했다.

"며칠째 차가 그 자리에 있고, 또 주차장 내에서 악취가 심하게 난다는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보니 그 승용차 트렁크에서 물이 흘러나오고 있어 열어봤습니다. 그 속에 변사체가 들어 있었는데 부패된 정도로 보아 약 10일 정도 된 걸로 보입니다. 그리고 소지하고 있던 지갑에서 이 석방 명령서가 나왔는데, 다행히 지문이 남아 있어 조회해 보니 석 달 전 석방된 장기수 박시열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사인은 두개골이 파열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어디선가 둔기로 머리를 세게 맞아 사망한 듯하고 그 뒤 누군가에 의해 그 아파트 주차장에 승용차와 함께 유기된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살해 동기와 범인이 누구냐였다. 그것을 증명해줄 만한 물증은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보고서에 의하면 박시열은 6.25 직후 남파되었다가 붙잡혀 무기형을 언도받은 후 45년을 복역했고, 현재 나이는 65세로 노령이었다.

박시열의 남한 내 연고는 사촌 여동생 한 명뿐이었다. 실제로 석방된 후 남양주에 있는 여동생 집에서 묵다가 최근에 와서야 같은 동네에 따로 방을 얻어 기거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 박 요원은 여동생의 주소를 확인한 후 남양주로 향했다.

여동생을 만났다. "오라버니한테 무슨 일이 생겼나요?" 그녀의 신분과 박시열과의 관계를 확인하고 났을 때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던 여동생 박순녀가 겨우 말문을 열었다.

"변사체로 발견되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로 협조를 해주셔야겠기에 이렇게…." 박철호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박순녀의 눈가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맺히고 있었다.

"불쌍해서 어쩐대요. 좋은 세상 구경 한번 못해 보고 가다니. 안경 없이는 한 발짝도 못 움직이는 양반이 안경까지 두고 나가서 낙상이라도 하지 않았나 싶었더니만…."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듯 휘청거리던 여자가 겨우 몸의 중심을 잡으며 걸음을 옮겨 툇마루로 가서 앉았다.

"저, 방 안을 좀 살펴보겠습니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여자를 힐끗 쳐다본 두 사람은 성큼 방 안으로 들어섰다.

"눈이 어지간히도 안 좋았던 모양이군."

이것저것 들추어 보던 김 요원이 헝겊 케이스 안에 들어 있던 돋보기 안경을 꺼내 자기 눈에 대보더니 얼른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박 요원도 안경을 들어 눈에 대보고는 역시 마찬가지로 인상을 찌푸렸다. 눈앞이 멍멍할 정도로 도수가 높은 안경이었다.

"여기 편지 몇 장이 있는데, 아마 북에 두고 온 가족들을 못 잊어서 쓴 모양입니다." 박 요원이 봉투에 들어 있는 편지 몇 장을 꺼내 펼쳐 보였다. 달필이었다.

"이건 우표까지 붙어 있는 걸로 봐서 부치려다 못 부친 것 같은데."

이번엔 김 요원이 편지 한 통을 발견하고는 내밀었다. 수신인은 서울 봉천동에 사는 '김정술'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주소 끝의 단어가 이상했다. '희망의 집'이라고 써 있었던 것이다.

박시열이 거주했던 마을에서도 이렇다 할 소득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봉천동 희망의 집으로 가 보기로 했다. 거기에는 박시열이 써 놓고 부치지 못한 편지의 수신자로 적혀 있던 김정술도 끼여 있었다. 올해 일흔 살이 넘었다는 그의 하얀 머리카락이 눈부시게 시야 속으로 들어왔다. 먼저 박시열이 석방된 후 그를 만난 적이 있느냐,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등을 건성으로 물어 봤다. 박시열에 대해 이것저것 묻자 다른 노인이 짜증을 부렸다.

박 요원은 그런 노인들의 반응을 무시한 채 이번에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여기 계신 분들께서 박시열 노인이 사는 데까지 직접 찾아가신 이유가 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그러자 노인들은 서로 딴전을 부렸다. 먼저 말하기 싫은 눈치였다.

"김정술 선생께 편지를 써 놓은 것까지 확인했으니 어서 말씀해주시지요."

그제야 김정술이 떠듬떠듬 말문을 열었다.

"그거야 오랜 감방 동지로서 어떻게 사나 궁금해서 간 게지 뭐. 우린 항상 감시 속에 움직이는데 뭔 생각이 있겠수? 무슨 편지를 썼는지는 몰라도 그저 사는 모습 보고 싶었던 것 말고는 없어. 한 열흘 됐나. 제발로 이 동네까지 찾아오기도 했는데, 뭐."

박시열이 죽기 직전에 직접 여기까지 왔었다니. 그건 금시초문이었다.

"내가 바람이나 쐴까 해서 요 앞 시장통엘 나갔는데, 시열이 그 친구가 먼저 날 알아보고 알은 체를 하잖아. 주소만 달랑 들고 여길 찾아왔는 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어 곤란하던 차에 나를 만나 반가웠다면서 말이야. 헐레벌떡 하던 걸로 봐서 아마 멀리서 나를 알아보고는 급히 달려온 것 같았어. 그래서 내가 이리로 데려왔었거든."

다른 노인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박 요원이 정색을 하며 김정술 노인을 노려보았다.

"거짓말하지 마세요. 박 노인이 제발로 여길 찾아왔다는 건 말도 안 됩니다. 사실대로 말씀해 주세요. 자꾸만 이러시면 여기 계신 분들한테 곤란한 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박 요원은 무슨 근거로 김정술의 말이 거짓이라고 하는 걸까? *정답은 17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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