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X 안정궤도 올라 300km 쌩쌩 기특한 내 자식 첫돌 뿌듯해요
일간스포츠

입력 2006.01.12 20:34

KTX개통 1년 1호 기장 박병덕 씨


'봄기운을 가르며!' KTX 1호기장으로 불리는 박병덕 기장이 서울발 부산행 KTX를 운전하고 있다.

'시속 300km로 봄을 나르는 기관사.'

한국에 이른바 '속도혁명'을 가져온 KTX의 개통 1주년을 하루 앞둔 3월 31일. KTX 기장실의 맏형이자 개통 첫날 첫 운행열차의 운전대를 잡아 '1호 기장'이라 불리는 박병덕 기장(50)이 서울발 부산행 KTX 5열차에 올랐다.

박 기장은 기관실에 들어가자마자 열차에 이상이 없는지 점검을 거듭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러나 기분만큼은 남다른지 "뿌듯하고 설레고, 만감이 교차한다"며 "오늘은 특별한 운행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특별한 운행에 일간스포츠(IS)가 함께 했다.



"자식 돌 맞는 기분"

30분 가량의 점검 후 드디어 발차. 서울역을 빠져나간 KTX는 서서히 속도를 내며 수도권 한가운데를 가로질렀다. 2001년 2월 고속철 기장 선발시험에서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돼 시험운행부터 KTX를 지켜온 박 기장이기에 소감도 남다르리라. "글쎄…. 자식 돌 맞는 기분이랄까. 예전엔 병에 걸려 돌 전에 죽는 아기가 많아 돌잔치를 크게 열어 줬다. 무사히 살아남아 준 걸 대견해 하면서…." KTX를 자식처럼 아끼며 운전해 온 박 기장의 애틋한 사랑이 느껴진다.

KTX도 홍역을 앓는 갓난아기처럼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좁은 통로, 역방향 좌석, 터널 내 소음, 잔 고장으로 인한 연착 등은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이를 지켜보던 박 기장의 마음은 불편했다. "KTX가 국민에게 큰 기대감을 안겨 주며 운행을 시작한 만큼 완벽한 만족도 드려야 했는데…."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KTX도 안정화 단계에 들어갔다. 정시율도 차츰 올라가고 있으며 자리를 불편해 하던 손님들도 '빠르기'와 '안전함'의 강점을 더욱 인정해 주고 있다. 박 기장은 "첫 술에 배부를 수 있겠는가? 많은 이들이 애쓰고 있으니 점차 나아질 겁니다. 지켜봐 달라"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시속 300km에 봄기운을 실고

어느덧 KTX는 광명∼천안아산 고속선 구간을 시속 300?뼈?속도로 내달리고 있었다. 휙휙 지나가는 산천 속엔 완연한 봄기운이 묻어난다. 녹아나는 개천, 날아오르는 오리, 파릇파릇한 풀잎이 방긋 웃으며 봄인사를 전한다.

박 기장은 개통 당일 1호 기장을 맡은 것 이외에도 30년 동안 120만km (기존선 100만km) 를 무사고로 달렸고, 120번 이상 서울-부산,서울- 목포를 왕복하는 동안 단 한번 18분 연착한 것을 빼고 정시에 도착했으며,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VIP들을 전문적으로 모시는 등 화려한 전적을 자랑한다.

그 중 노 대통령이 탑승한 열차를 세 차례 운전했던 때가 가장 생각이 난다. "TV에서야 실컷 봤지만 대통령을 언제 실제로 봤어야 말이지. 나라에서 제일 높은 분을 모시고 달리자니 실수하면 어쩌나 걱정도 되고." 그는 베테랑답지 않게 무척 긴장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얼마 전 서울 도봉동으로 이사하기 전까지 대전에서 출퇴근했던 박 기장은 KTX를 타고 대전 집으로 내려갈 때 좌석이 없어 통로석에 앉을 때면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기관실에선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조금이라도 방심했다간 연착하게 되기 때문이다"고 어려움을 털어놨지만 "KTX 승객들이 나로 인해 빠르고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한다면 그만큼 행복하다. 이게 모든 KTX 관련 종사자들의 심정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느새 KTX는 짭조름한 부산 바닷바람을 가르고 있었다.

박미선 기자





"서비스는 세계 최고로 할께요"
KTX 유수란 승무원


"친절한 서비스로 KTX의 얼굴이 되겠다."

KTX의 꽃이라 불리는 여승무원들도 KTX 첫 돌을 맞는 감회가 남다르다. 유수란 승무원(사진.26)은 "1년 전 처음 KTX에 올라 잔뜩 긴장했던 게 떠오른다"며 활짝 웃었다. 개통 초기, 통로가 좁고 좌석이 불편하다며 항의하는 손님들 때문에 적지 않게 마음고생을 했었다. 특실과 역방향 좌석이 텅 빈 채 운행될 때는 안타까움이 더했다.

하지만 유 승무원은 "KTX 승무원들의 고충을 알아봐 주시고 내릴 때 고맙다고 밝게 인사해 주는 손님들이 있어 피로가 싹 가신다"고 털어놨다. 또한 점점 승객들이 늘어 좌석이 꽉 차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도 뿌듯하다. 역방향 좌석 등 시설에 대한 승객의 이해도 높아졌다.

차츰 운행에 익숙해져 안정감을 찾은 1기 승무원들은 최근 50여 명의 후배들을 맞아 더욱 어깨가 무거워졌다. 유 승무원은 "고속철이 한국에서 세계 다섯 번째로 개통됐지만 서비스만큼은 최고에 오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특유의 밝은 미소를 보여줬다






[KTX신조어] 37.5% 할인 좌석 아세요

"KTX풀이 뭐지?"

속도로 세상을 바꾼 KTX는 그 사회적 영향력이 지대했던 만큼 여러 신조어도 낳았다. 우선 KTX풀은 종전의 카풀(car

pool) 대신 등장한 용어로 알뜰족들이 KTX를 함께 타고 가서 할인을 받는 것을 말한다. 즉 고속열차 한 칸에 2개씩 마련된 4인용 테이블석을 공동구매하는 것. 이 좌석의 할인율은 37.5%나 된다. 서울∼부산 구간이 1인당 2만 8125원이므로 정상 요금 4만 5000원보다 1만 6875원이 싸다.

4인용 테이블석은 한 사람이 일괄 구매해야 예약할 수 있다. 인터넷 포털이나 각 대학 홈페이지에는 KTX풀을 만들기 위한 글들이 잇따르고 있으며 포털 다음에 있는 KTX풀 전용 사이트의 회원은 7000명을 훌쩍 넘어선다.

'서울시 천안구'라는 말도 KTX 시대가 만들어낸 신조어다. 서울에서 천안까지 30분대로 주파하기 때문이다. 할인카드를 갖고 타면 서울∼천안아산 구간을 1만 6000원만 내면 한 시간 안에 왕복할 수 있다.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만 놓고 보면 어지간한 서울 변두리 지역이나 분당, 일산 신도시보다 덜 걸리기 때문에 언론에선 서울시 천안구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실제로 역 근처에 산업단지와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섰고, 천안 주민들은 정기권을 구입해 서울의 백화점에 쇼핑을 하러 다니는 등 서울 시민처럼 생활하고 있어 '서울시 천안구'라는 예측이 과장이 아니었음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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