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에서 펼친 감동 콘서트
일간스포츠

입력 2006.01.12 22:26

유쾌한 재담 분위기 고조…가수 고영준 라이브 절정
남녀 재소자 200여명 닫힌 마음 열고 환호 눈물
황기순 '한순간 실수' 극복 강의에 박수도

뜨거운 환호, 박수, 앙코르 연발, 그리고 감동의 눈물 ….

대형 콘서트장에서 열린 한 스타의 공연 분위기가 아니다. 삭막한 구치소 강당에서 열린, 재소자를 관중으로 한 공연으로서 감동의 연속이었던 순간순간이었다.

지난 7일 수원구치소에서는 진귀한 한 공연이 열렸다. 대중 가수와 개그맨을 초청한 공연으로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비록 무대는 일반 공연과 달리 화려함과는 거리가 많았지만 분위기만은 그 이상이었다. 많은 재소자들이 흥분과 감동을 받아 눈물을 감추지 못하는 속에, 내남없이 어우러져 훌쩍 지나간 2시간이었다. 공연 전만 해도 강당에는 무거운 공기가 흘렀지만 코미디언 유쾌한 씨가 "사회자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이런 딱딱한 분위기"라며 "오늘만큼은 모든 것을 잊고 즐겁게 놀자"고 하자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이윽고 가수들의 흥겨운 공연이 시작되면서 푸른 수의의 재소자들은 옆자리의 동료와 눈을 마주치고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들의 굳은 얼굴에 조금씩 미소도 번졌다.

약 200평의 강당을 꽉 채운 다양한 연령층의 남녀 재소자 200여 명은 사회자의 구수한 입담과 함께 공연이 이어지자 상기된 표정으로 흥겨움을 이기지 못했다. 공연 내내 거센 박수 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한 재소자는 가수 이명주 씨의 노래가 끝나자마자 앙코르로 <준비된 사랑> 을 신청했다. 사회자가 이 재소자에게 무대로 나와 이 씨와 함께 노래를 부르도록 마이크를 건네주자 자신의 노래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아내와 사별한 후 구치소에 왔다는 이 재소자는 한이 맺힌 듯 눈물을 글썽이면서도 빼어나게 노래를 소화했다. 너무 노래를 잘 부르자 사회자가 "출소하면 가수로 데뷔하라"는 농담을 건넸을 정도.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가수 고영준 씨 라이브 송이었다. 고 씨는 마이크를 잡지 않고 자신의 자전적 성격이 담긴 노래 <남자의 길> 을 불렀다. '내 살아 갈 길을 묻지를 마라.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큰소리치고 살겠다'란 가사는 노래만큼이나 재소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재소자들 중 일부는 과거를 회상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또 질퍽한 농담이 섞인 각설이 타령과 가수 이지숙, 현자 씨 등의 흥겨운 노래는 재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앞서 열린 교화 시간 때는 개그맨 황기순 씨가 자신의 지난 과거를 돌이키면서 자유와 사지가 멀쩡한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에 대해 강연했다. 황 씨는 "도박으로 인해 심적 고통을 겪으면서 자살까지 결심했지만 사지가 멀쩡한 내가 한순간의 고통을 참지 못해 자살을 생각했던 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번의 실수는 있지만 이를 극복하고 새 삶을 살자"고 했다.

이날 수원구치소 홍보대사로 임명된 고영준 씨도 "부모님이 국민 가수 고복수 황금심 씨였지만 무명 가수 생활을 하면서 온갖 시련을 겪고 살았다. 빚보증을 서는 바람에 전 재산을 날렸고, 그 과정에서 어머니, 아내, 함께 모셨던 이모, 그리고 지난해 말에는 작곡가 동생까지 잃었지만 삶을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고 있다"고 말하자 오히려 재소자들이 격려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수원구치소와 한마음봉사회(회장 김강수)가 주최하고 ㈜대왕경매와 ㈜씨월드포유가 후원한 이번 공연에 출연진은 무보수로 공연을 기획하고 참여했다. 유쾌한 씨는 "갇힌 자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공연이어서 기쁜 마음으로 준비했다. 앞으로도 재소자들을 위한 공연에 계속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을 후원한 이태섭. 이복자 씨는 "세상으로부터 싸늘한 시선을 받는 그들에게 노래를 통해 사랑을 베풀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재소자 김 모 씨(41.사기)는 "사회로부터 외면당하기 쉬운 수용자들을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면서 봉사하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워 보였다"면서 "자유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출소하면 재범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 가겠다"고 밝혔다.



문화와 교화를 동시에…구치소도 바뀌어야 합니다
-김태희 수원구치소 소장

"교도소를 먹여 주고, 재워 주고, 입혀 주는 곳으로만 여기면 안 됩니다."

김태희 수원구치소 소장(사진)은 "우리나라 교도서도 이젠 웰빙과 문화와 교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교도소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소장이 이번에 연예인 초청 공연을 펼친 것도 재소자들에게 삶의 즐거움을 주고 그들의 정서 함양을 위해서였다.

김 소장은 "많은 사람들이 교도소와 구치소로 오면 인생의 끝으로 생각하는데 그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인생에서 끝은 없다"며 자신의 이 같은 뜻을 수용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오는 9월 중순 <인생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입니다> 란 책도 발간할 예정이다. 김 소장은 지난 7월까지 부산구치소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L.P.R운동을 펼쳐 화제를 모았었다. L.R.P운동이란 '사랑(Love) 존중(Respect) 열정(Passion)'의 영문 첫 글자를 인용한 것으로, 그 배경에는 인간 존중, 더불어 살아가는 환경, 적극적 삶이 담겨져 있다.

김 소장은 또 L.R.P 운동과 더불어 M.W.P 운동도 펼치겠다고 했다. 이 운동도 음악(Music), 글 쓰기(Writer), 그림(Painting)을 통해 수용자들의 정서적 안정을 꾀하자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김 소장은 구치소 30여 평 공간에 그림 30여 점을 전시했다.

김 소장은 "인권의 출발은 작은 것에서부터 '사랑의 실천'"이라며 "수용자들이 사회에 나가서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교화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수원=글·사진 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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