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심점 …사가 제작 붐
일간스포츠

입력 2006.01.12 23:05

M&A 일반화로 소속·일체감 심어 주는 대안
가곡풍에서 발라드로 …시대 맞게 리모델링

"사가(社歌)를 부르자, 사원 모두 하나가 되자."

한 기업을 대표하는 노래인 사가 제작 붐이 불고 있다. 경력직 채용, 고급 두뇌 스카우트, 기업의 흡수 합병(M&A)이 일상화하면서 자의든 타의든 일터가 바뀐 이들에게 소속감과 기존 구성원과의 일체감을 심어주기 위해 사가가 대안으로 떠오른 것. 사가 경연대회를 여는가 하면, 아예 신입.경력 사원을 대상으로 사가를 교육시켜 &#39우리회사 직원&#39이라는 일체화 작업을 한다. 사가의 가치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셈이다.

전통 깊은 유명 기업치고 사가가 없는 기업은 없다. 이들 기업의 90%는 &#39이은상 작사 김성태 작곡&#39의 곡들이다. 하지만 1970년대에 만들어져 요즘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고, 또 톡톡 튀는 CM송에 밀려 유명무실해졌다. 반면에 1990년대 이후 기업 문화를 돌아볼 겨를이 없을 정도로 숨가쁘게 성장해 온 재계의 뉴 페이스 기업들과 주력 상품이 바뀌어 기존의 사가로는 회사를 대표할 수 없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사가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국적군을 한데 묶어 주세요"

2001년 옛 쌍용중공업에서 출발, 불과 4년여 만에 재계 20위로 부상한 STX그룹의 강덕수 회장(55). 짧은 기간 M&A를 통해 19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거느린 김 회장에게는 한 가지 걱정이 있다. &#39다국적군이 하나가 될 수 있는 특별한 기업문화가 없을까.&#39 기업 규모가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여러 기업에서 인재들을 스카우트해 왔지만 확실하게 &#39우리 식구&#39라는 인식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결국 CI(이미지 통합) 작업의 일환으로 사가를 제작, 사가 부르기를 사원 교육 과정으로 넣었다.

■"불안감을 해소시켜 주세요"

2001년 정부의 전력 산업 구조 개편에 의해 한전으로부터 분리된 6개 발전 회사의 직원들은 불안이 고조에 달했다. 탄탄한 기업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한전에서 나온 건만도 힘든데 전력 사업도 경쟁 체제로 돌입해 직원들의 불안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를 해소시키기 위해 나온 방법이 사가 제작이었다. 한국서부발전주식회사는 다음달 직원 가족의 사가 부르기 경연대회를 열어 화합의 한마당을 펼칠 예정이다. 나머지 5개 발전 회사도 각자의 색깔을 갖기 위한 방안으로 각각의 사가를 제작했다.

■"삼성, 현대, LG가 화합하는 곳"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한 반도체 장비 제작업체 선양디엔티는 직원 수 200명 안팎의 탄탄한 재무 구조를 자랑한다. 삼성 현대 LG 출신의 유망한 반도체 엔지니어 세 명이 모여 만든 이 기업은 사장 선임을 독특하게 한다. 이 회사의 사장은 임기 1년으로 창업 동지 세 명이 돌아가면서 한다. 그러다 보니 경영진의 색깔을 하나로 묶어 줄 구심점이 필요했다. 결국 사가를 제작했고 어느 사장이 취임하든 회사에는 항상 같은 노래가 울려퍼져 연속성을 갖게 됐다.

기존 사가 리모델링도 한창이다. 국민은행의 행가(사가)는 "아침 해 돋는 나라, 동방의 나라 …"로 시작하는 가곡풍이었지만 발라드풍으로 바꾸면서 호평을 얻어 광고에도 이용했다. 한국은행은 "삼천리 방방곡곡 …"으로 시작하는 행가가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 최근 작사와 작곡을 공모에 붙였다.

사가 전문 제작업체 서울프로의 김성국 대표는 요즘처럼 &#39용병&#39 경력직이 많은 기업 인사 시스템에서 돈 안 들이고 구심점 역을 해내는 역으로 사가가 제격이다"며 최근의 사가 제작붐을 평가한다.

강인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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