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로켓보다 더 빠르네"
일간스포츠

입력 2006.01.12 23:13

주말 어린이대공원 '경견' 경주에 나들이객 환호
국내 2000여두 사육 훈련, 1등급견 30억원 호가


질주는 이것을 두고 말하지 않았을까? 쏜살같이 내달리는 그레이하운드견의 박진감 넘치는 경주는 숨마저 막힐 듯해 관전객의 마음을 순식간에 빼앗았다. /정시종 기자

"야, 정말 빠르다. 로켓보다 더 빠르네."

지상에서 네 발 달린 짐승 가운데 치타를 빼고 가장 빠른 동물로 알려진 사냥견 그레이하운드들이 서울 도심 한복판의 한 공원 안 트랙을 날렵하게 달렸다. 가던 발길을 멈추고 몰려든 사람들은 시선을 트랙에 고정한 채 움직일 줄 몰랐다. 잠깐 사이 30초를 넘어섰다고 느끼는 순간 일제히 탄성이 쏟아졌다.

지난 5일 단풍이 곱게 물든 서울 능동의 어린이대공원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이색 경주인 '경견', 그레이하운드견의 레이싱이 펼쳐져 주말 공원을 찾은 수많은 관람객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공원 측의 사계절 릴레이 축제 중 하나인 갈잎 페스티벌(10월 1일~11월 15일)의 일환으로 열린 제2회 KGA(한국그레이하운드협회.회장 정선태) 회장배 경주로서 일반 6경주(각 6두)를 비롯해 특별 경주와 대상 경주가 벌어졌다.

공원 후문 쪽 잔디 축구장에 마련된 임시 경주장에서 협회 소속 8개 지회의 80여 마리 '견공'들이 저마다 빠르기를 뽐내는 모습에 운집한 나들이객은 환호와 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좀처럼 보기 힘든 견공들의 레이싱에 자신도 모르게 촉각을 곤두세운 나들이객들은 사냥견의 이색적 외모와 경주 방식에 호기심을 숨기지 않았다.

입에 철망으로 된 마스크를 쓰고 숫자가 적힌 재킷을 입은 채 스타팅 박스를 나선 경주견들은 6m 정도 앞에 있는 인공 미끼를 추적하며 230m 길이의 타원형 트랙 두 바퀴 반을 32초대로 빠르게 주파, 숨막히는 스릴과 긴장의 도가니를 연출했다.

짧은 시간이 흐른 뒤면 관람객들은 이내 미국 내 대륙간 횡단 고속버스를 상징하는 트레이드 마크가 왜 그레이하운드인지를 알게 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대상 경주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황현동 씨(39)는 1위(100만 원)와 3위를 차지한 개의 소유주로서 상금 150만 원을 휩쓸었다.

'도그 레이싱' 또는 '하운드 레이싱'으로 불리는 경견은 한국에서는 아직 낯설지만 미국 영국을 비롯해 아시아의 마카오 베트남 등 전 세계 32개 국에서 레저 스포츠로 자리잡고 있는 인기 레이스다.

미국 경견의 경우 55개 경견장이 있는데 관전 스포츠 중 인기 순위 6위로 1년 매출액이 384조 원에 이를 정도로서 경주일이면 최하 10만 명 이상의 팬이 몰린다고 한다. 경주 방식은 게임당 8두가 출전, 1~3위가 입상하는 방식이다.

보통 트랙 길이 500m의 경주장에서 열리지만 400~800m 내에서 자유롭다. 코스가 긴 길이를 뛰는 개일수록 몸값이 비싸고 등급이 올라간다. 5등급 기준으로 할 때 최고 등급인 1등급 견은 두당 가격이 30억 원을 호가한다. 5등급 중 8등이라면 1000만 원 정도다.

한국의 경우 그레이하운드견은 2000두 정도 사육, 번식, 훈련이 이루어지고 있다. 올해 시작된 봄.가을의 협회장기 대회와 동호인 종합 훈련 경기 등 매년 6~7회를 제천 나주 괴산 등지의 경주장에서 벌이고 있다.

박기범 KGA 사무총장(39)은 "잔디 트랙에서 레이스를 펼치다 보니 경주 중 미끄러지는 현상이 나왔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태백, 영종도, 제주 등지에 공인받을 수 있는 경주장 부지를 확보했다. 또 KGA협회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맞춰 내년 정식 오픈하는 중국 경견장 사업을 총괄하고 있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아시아 경주견 종주국 위상을 충분히 확보할 만한 기술력이 있어 앞으로 전망은 밝다"라고 밝혔다.

늘 꼿꼿한 자세를 취함으로써 당당하면서도 기품 있는 모습의 타고난 사냥견 그레이 하운드. 그들의 질주 본능이 한국의 정식 경주장에서 팬들의 환호성에 휩싸여 총알같이 트랙을 달려나갈 날이 머지않았다.

박명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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