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박재윤 대법관)는 26일 초등학교 수업시간에 남학생의 성기를 꼬집듯이 만져 추행한 혐의(미성년자 의제 강제추행)로 기소된 교사 이 모 씨(58)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어린이는 외부로부터 부적절한 성적 자극 등을 받지 않고 심리적 장애 없이 성적 정체성과 가치관을 형성할 권리가 있다. 피고인의 행위에 교육적 목적이 있었다 해도 어린이의 심리적 성장과 성적 정체성 형성에 악영향을 미쳤다면 추행으로 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과거에는 어른이 남자 아이의 성기를 만지는 행위를 큰 문제로 여기지 않았지만 근대적 남녀 평등 이념이 확산되면서 동성간 성추행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는 등 피해자 처지에서 추행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변화한 성적 가치관과 도덕 관념에 비춰볼 때 피고인의 행위는 추행으로 인정된다"라고 밝혔다.
이 씨는 2004년 3월 수업시간에 숙제와 일기장을 검사하다 박 모 군(9)에게 "고추 있나 보자"라며 박 군의 성기를 만지는 등 같은 해 5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박 군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 군은 성추행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지 못하다 나중에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