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슨 일일까. 정문까지 700m를 남겨놓은 지하철 4호선 숙대 입구 역 앞에 여대생들이 초조한 얼굴로 긴 줄을 서 있다. 10분 전만해도 한산하던 역 앞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택시가 오는 대로 4명의 아가씨들이 올라 탄다. 4명이 탈 때까지 떠나지 않는 택시. 합승은 불법이지만 이곳에서는 공공연히 이루어진다.
"일종의 암묵적 거래죠. 혼자 타면 1900원이지만, 이렇게 타면 1000 원만 내면 되잖아요. 돈을 아낄 수 있어서 좋아요."
어느 새 부터인지 숙대생들과 택시 기사 아저씨들 사이에 불문율이 생겼다. 오는 순서대로 4명씩 택시에 타고 한 사람 당 기본 요금 1900 원이 아닌 1000원 내기. 숙대생이라면 자연스레 익히게 되는 법칙이다.
택시 기사 입장에서도 같은 길을 가는 김에 더 많은 돈을 받으니 마다할 리 없다. 1000원씩 건네 받는 택시 기사의 손놀림이 능숙하다. 아예 숙대 앞에 10분 전부터 대기해 수업 시간 전 특수를 누리는 기사들도 있다. 빠르게 움직이면 10분 만에 만원은 누워서 떡 먹기이다.
"가끔 단속이 뜨면 귀찮긴 해요. 택시들이 사라져 버리거든요. 하지만 그렇다고 숙대 앞 탑승 문화가 사라지진 않을걸요?" 3년째 숙대 앞 택시를 즐겨 탄 단골 이 모씨는 합승 단속은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택시 합승은 엄연히 불법이지고 최악의 경우 면허정지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도 숙대입구 앞 사정은 쉽사리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요즘은 부지런히 움직여서 1000원이라도 택시비를 아낄 생각이에요." 이제 곧 졸업을 앞둔 김 모 씨는 조금이라도 절약해 볼 마음을 다져보지만 상황이 다급할 때 눈앞에 보이는 택시들은 높은 구두를 여대생들에겐 거부할 수 없는 달콤한 유혹이다.
숙대의 독특한 택시 합승 문화는 좋게 생각하면 학생들에게는 수업 전 일분의 여유를, 기사에게는 더블의 수익을 보장하는 시쳇말로 `윈윈 전략`이 아닌가 싶다. 법에 어긋나긴 해도 얄밉게만 보이지 않는다. 국회의원님들, 이곳에만 예외를 두면 어떨까요? 대한민국에 안 되는게 어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