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다리에 모두 의족을 한 산악인이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50m)를 정복했다. `인간 승리`의 주인공은 뉴질랜드의 마크 잉글리스(47). 그는 지난 15일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라 두 다리가 없는 사람으로서 최초로 세계 최고봉 등정 기록을 세웠다.
그의 부인 앤은 "마크는 평생 에베레스트 정복을 꿈꾸어 왔었는데 놀라운 일"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잉글리스는 등정에 적합하도록 탄소 섬유로 만들어진 의족을 하고 지난달 7일 베이스 캠프에 도착,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섰다. 등정 도중 한쪽 다리 의족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던 그는 갖고 온 부품으로 의족을 수리한 뒤 등정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로써 두 다리를 산에서 잃은 잉글리스는 두 다리보다 더 강건한 삶의 의지를 세계 최고의 산에서 찾게 되었다.
23세 때 산악 구조대원으로 일하다 얼음 동굴에 갇혀, 동상 걸려 다리 절단 장애우 역할 모델-동기 부여 강사 `새 인생`
잉글리스가 두 다리를 잃은 건 인생의 꿈을 막 피우기 시작하던 23세 때. 산악 구조대원으로 일하던 1982년 11월 뉴질랜드 최고봉인 마운트 쿡에서 심한 눈보라로 얼음 동굴 속에 14일 동안 갇혀 있다 동상에 걸려 두 다리를 무릎 아래서 절단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후 의족을 달고 다시 산악인의 꿈을 불태우기 시작한 그는 2002년에는 3754m 높이의 마운트 쿡, 2년 뒤에는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해발 8201m의 초오유에 올라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했었다.
잉글리스의 인생 승리는 단순히 산악 정복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마운트 쿡에서의 기적의 생존으로 이미 뉴질랜드의 유명 인사가 된 그는 다양한 커리어를 개발해 많은 장애아들의 모델이 되었다. 잉글리스는 다리 없는 산악인과 스키 가이드 인생에 머물지 않고, 인체 생화학 학위를 취득해 연구 과학자의 길을 걷기도 했다. 또 뉴질랜드 최고의 와인메이커와 함께 와인 제조에 나서기도 했다.
▲인간에게 한계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 마크 잉글리스의 도전사. 가운데 사진이 이번 에베레스트 등반 모습이다. 출처=마크 잉글리스 웹사이트 홈페이지(markinglis.co.nz)
하지만 스포츠로 시작한 그의 인생은 스포츠를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피나는 노력 끝에 2000년 시드니 패럴림픽(장애자 올림픽) 사이클 부문에서 은메달을 따는 쾌거를 거두었다. "등산이나 스키보다 더 힘든 스포츠가 사이클이었다"라고 토로할 만큼 올림픽 은메달은 그에게 짜릿한 쾌감을 안겨주었다. 여세를 몰아 2002년 뉴질랜드 마운트 쿡의 아오라키 봉을 올라 2003년 뉴질랜드 정부 공로훈장을 받았다. 그는 훈장 수여식에서 "장애우는 능력의 부족이 아니라 또 다른 기회를 부여받은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이제 잉글리스는 장애우라는 한계를 넘어 뉴질랜드 국민, 나아가 지구촌 가족에게 동기를 부여해 주는 최고 인기 강사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