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자존심’ 엠블럼엔 어떤 역사가 있나?
일간스포츠

입력 2006.05.30 13:52

스포츠카 페라리·포르셰 ‘검은 말’ 닮은 꼴
롤스로이스 ‘여인상’ 죽은 여비서 추모
벤츠 ‘세 꼭지 별’은 하늘·바다·땅 상징

엠블럼이란 어떤 나라·지방·기업이나 가문을 상징하는 심볼이다. 생긴 모양이나 장식 등은 모두 다르지만 나름대로의 역사와 문화를 품고 있다.

자동차도 예외는 아니다. ‘엠블럼=브랜드’로 인식되면서 오히려 엠블럼에 대한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추세다. 그렇다면 자동차의 엠블럼은 어떤 것이 있을까. 자동차가 처음 만들어졌던 시절에는 엠블럼에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았다. 고작 1기통 엔진에 벤치를 얹어 놓은 마차와 같은 차량에서는 성능에 온 신경을 집중했기 때문에 장식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다 20세기 초반 미국과 유럽에서 우후죽순격으로 자동차 회사가 생겨나면서 자신을 알리기 위한 표식이 필요했다. 이것이 엠블럼의 탄생이었고. 이는 그대로 자동차 회사의 브랜드를 의미하는 요소가 됐다.

오늘날 엠블럼은 대부분 엔진 후드 정면에 자리하고 있다. 이는 엔진 열을 식혀 주는 라디에이터의 개발과 관련이 깊다. 1920년대 대부분 라디에이터를 자동차 전면에 배치하면서 그릴을 씌워 장식했고. 그 앞이나 위에 엠블럼을 붙였던 것이다. 라디에이터가 엔진룸 안으로 들어간 후에도 엠블럼은 그 자리에 있다.

또한 엠블럼에는 갖가지 사연이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이 롤스로이스의 ‘날개 달린 여인상’이다. 원래 이름은 ‘스피릿 오브 엑시터시(Sprit of Ecstasy)’로 롤스로이스사 대주주였던 몬테규 경과 그의 여비서 엘레노 손톤의 애틋한 사랑을 담고 있다. 서로 사랑하던 둘은 1915년 함께 인도로 가던 중 배가 크레타섬 부근에서 독일 군함의 어뢰를 맞아 침몰하게 된다. 몬테규 경은 구조됐지만 손톤은 익사하고 말았다. 그녀의 죽음을 애통해 하는 몬테규 경을 위해 롤스로이스는 그녀의 조각상을 만들어 롤스로이스의 상징으로 삼았다.

BMW는 항공기 엔진을 생산하면서 출발한 회사답게 프로펠러 모양의 원과 직선으로 된 엠블럼을 갖고 있다. 원의 가운데 푸른 색은 독일 바이에른의 푸른 하늘. 흰색은 알프스의 만년설을 의미한다. 바이에른은 BMW가 탄생한 고향이자 지금도 사옥이 있는 곳이다.

벤츠의 엠블렘도 재미있는 사연을 담고 있다. 세 꼭지 별은 창업자인 고트리브 다임러가 그의 아내에게 보낸 엽서에 별을 그려 놓고 ‘언젠가 이 별이 우리 공장 위에 찬란히 빛날 것이다’라고 써 넣은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이 세 꼭지 별은 하늘·바다·땅을 의미했는데 지금은 품격·부·신뢰성을 상징한다.

스포츠카의 대명사인 페라리의 ‘도약하는 말’ 그림은 1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 공군 조종사였던 프란체스코 바라카가 그의 전투기에 그렸던 카발리노라는 말이다. 그런데 그의 부모가 엔초 페라리의 경주를 보고 감명을 받아 그의 차에 이 그림을 붙이도록 한 것이 기원이 됐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페라리와 스포츠카 부문에서 쌍벽을 이루는 독일의 포르셰도 이 말 그림이 있다는 점이다. 두 회사의 엠블럼에는 방패 모양의 한가운데 비슷한 검은 말이 그려져 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이 의문에 대한 가설은 이렇다. 1차대전 당시 조종사들은 자신이 격추시킨 전투기의 추락 현장에서 전리품을 가져오는 것이 유행이었다고 한다. 바라카도 자신이 격추시킨 독일 전투기에 그려진 그림을 자신의 전투기에 옮긴 것이라 생각된다. 즉 포르쉐가 있는 독일의 슈트트가르트는 말 사육으로 유명해 시 문장으로 말 그림을 사용하는데 이 말 그림이 바로 페라리와 포르쉐의 엠블럼이 됐다는 것이다.

푸조는 커피머신과 재봉틀 등으로 출발해 1885년 자전거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으며. 4년 뒤 드디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자동차를 생산했다. 공장은 프랑스 북동부 엘사스 지방의 벨포르라는 중소 도시 근처에 있는데 이 지방에는 옛날부터 벨포르 라이온이라는 동물이 수호 동물로 유명했고. 푸조는 이 동물을 엘블럼으로 사용해 오늘에 이르렀다.

이처럼 엠블럼은 자동차의 격조와 품격을 상징하면서 각 메이커만이 소유하고 있는 브랜드이자 심벌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 자동차업계의 엠블럼

현대자동차는 영문 첫 글자인 ‘H’를 이용해 속도감을 줘 두 사람이 악수하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고. 타원은 세계를 무대로 뛰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악수하는 이미지는 노와 사. 고객과 기업의 신뢰와 화합을 뜻한다.

기아자동차는 ‘K’를 비상하는 봉황의 날개로 상징화했다. 원형은 지구와 우주를 상징하며 K자는 날아가는 새처럼 세계를 향해 비약하는 기아자동차의 도전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다.

GM대우 엠블럼의 좌우 고리는 각각 과거의 전통과 미래의 성공적 도약을 상징할 뿐 아니라 끝없는 성장을 향한 로드맵을 보여 주고 있다. 스리 서클로 불리는 쌍용자동차의 엠블럼은 쌍용차의 3대 기업 이념인 고객 만족·최고 품질·화합 전진을 상징하는 세 개의 원(Circle)을 하나의 고리로 묶어 형상화한 것이다.
르노삼성자동차는 ‘태풍의 눈’(회오리 바람)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는데 소우주 속에서 고객과 자동차의 만남을 일체화해 고객 위주의 신자동차 문화를 펼쳐 나가는 약동감을 표출하고 있다.

박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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