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기는 출산율 증가라는 긍정적 측면과 함께 미혼모 출산 및 낙태라는 부정적 측면도 지니고 있다. 4일 가나전때 시청앞 광장에서 펼쳐진 거리 응원.
"사상 최악의 출산율 월드컵 한 방으로 날렸으면 …."
보건복지부 한 관계자의 희망이다. 한국은 출산율이 1000명당 1.17명으로 OECD 국가 중 최저다. 독일 월드컵을 통해 이 관계자의 바람이 이뤄질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2002년 한반도를 달궜던 한·일 월드컵 이후 2003년 일명 '월드컵 베이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2002년 월드컵은 6월에 열렸는데 그 다음해인 2003년 3~5월 출산율은 사상 최대였다. 당시 서울 차병원의 경우 4월 분만 건수가 501건에 달했다. 이는 2002년 같은 달의 430건에 비해 16.5%나 증가한 수치다. 한양대병원 산부인과도 분만 건수가 2003년 2월 82건에서 3월 96건→4월 100건 이상으로 늘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당시 산부인과계는 "2002년 6월 한국의 연전 연승에 잔뜩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성관계를 맺은 부부나 연인들이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낳아서 기뻐요"-기혼녀 출산
독일 월드컵은 더 많은 월드컵 베이비가 탄생하지 않을까 예상된다. 한국의 조별 리그 3경기 중 2경기(프랑스·스위스전)가 새벽 4시에 열리기 때문이다. 한국이 선전함으로써 황홀한 밤이 이어질 경우 출산 증가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은 불문가지다.
지난 3월 결혼한 직장인 이민수(32)씨는 "아내와 함께 월드컵 베이비를 갖자고 비밀스럽게 합의했다"라고 귀띔했다. 이씨는 "월드컵에서 한국이 이겼을 경우 아이를 가지면 그 기운으로 아기가 훌륭하게 클 것 같아서"라고 까닭을 밝혔다.
실제로 역학자들에게도 이런 문의가 종종 들어온다. 김광일 한국성명학회장은 "한국이 연승했을 경우 그 들뜬 기분으로 아기를 가지면 역학적으로도 큰 기운을 받고 튼튼한 아기가 탄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낳으면 나빠요": 미혼모 출산
월드컵 기간 우려스러운 것은 미혼모 출산이다. 미혼 여성들의 임신과 낙태는 4년 전보다 더 심각해 질 수 있는 상황이다. 미혼 남녀들의 성의식은 4년 전에 비해 더 자유롭게 개방됐을 뿐더러 길거리 응원의 집결지인 서울시청과 대학가 부근의 숙박업소가 빈 방이 없을 정도로 예약이 끝난 데서도 쉽게 미루어 알 수 있다.
2003년 봄 기혼 여성의 분만 건수 증가과 함께 10대 미혼모가 늘어난 사실과 2002년 가을 미혼 여성의 낙태 수술 건수가 급증했었던 사실은 산부인과 의사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복지부가 지난해 고려대병원에 의뢰해 실시한 임신 중절 수술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혼 여성의 낙태 수술이 연간 14만 7000건으로 파악돼 혼전 섹스 및 피임 소홀에 따른 낙태가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 주고 있다. 정병철 기자
'10대 미혼모 줄여라' 이벤트
미혼 출산과 낙태를 줄이기 위한 한 업체의 이벤트가 눈길을 끈다. 국내 최초 콘돔 지하철 광고로 화제가 됐던 고추장갑이 실시하고 있는 '축구 베이비를 막아라' 행사다. 이 업체는 자사 홈페이지에 회원으로 가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야광 콘돔 한 통씩을 무료 증정한다.
이 업체 한응수 대표는 "월드컵 때 분위기에 휩쓸려 뜻하지 않게 임신한 10대 미혼모도 적지 않다. 이번 월드컵 기간 미혼 여성의 임신 건수를 4년 전보다 절반 이상 낮추는 게 목표"라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