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원화 가치는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외화를 주고 들여오는 수입차 가격은 요지부동이어서 소비자들로부터 눈총을 받고 있다. 지난 주말 종가 기준으로 원화 대비 외화 가치는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달러화가 약 6.5%, 엔화가 9.9%, 유로화가 2.2% 각각 떨어졌다. 산술적으로 그만큼 가격 하락 요인이 생긴 셈이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수입차의 가격은 오르면 올랐지 내려가는 현상은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다. 국내 완성차를 수출하면서 원화 가치 상승만큼 가격을 올리고 있는데도 수입차 업계는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고자세'는 점유율이 높은 업계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도요타코리아는 지난 4월 출시한 렉서스 ES350 기본형 모델에 대해 종전 모델(ES330)보다 가격을 330만원 인상한 5960만원에 내놓았다. 한국보다 엔화 약세가 덜한 미국에서는 같은 모델 가격을 종전보다 870달러(약 82만원) 올리는 데 그쳤다.
렉서스 모델과 함께 치열한 시장 점유율 경쟁을 펼치고 있는 BMW코리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아우디코리아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올 들어 특별소비세 인하 조치 환원에 따른 인상만 실시했을 뿐 차량 가격에 환율 변동 요인을 부과한 곳은 없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고가 브랜드이다 보니 변동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둔감하기 때문에 가격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눈에 띄는 점은 중위권 이하의 브랜드는 가격 인하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는 PT크루저 카브리오와 세브링 컨버터블의 가격을 200만여원 낮췄고, 퍼시피카와 짚 그랜드 체로키 4.7 및 5.7 모델을 구입하는 고객들에게는 소비자 가격 1000만원 상당의 63인치 PDP-TV를 제공한다. 또한 볼보·푸조·포드 등도 일부 차종에 대해 가격을 낮췄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 시장 점유율에서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환율 변동에 의한 가격 인하가 아니라는 것에 문제가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수입차의 판매는 꾸준히 늘고 있다. 소득 수준의 향상 등으로 최근 5년 사이 수입차의 국내 판매 대수가 7배 가량 늘어난 반면 국산차는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수입차는 2000년 4414대에서 지난해 3만 901대로 약 7배 늘었다. 반면 국산차는 2000년(105만 8000대)에 비해 13.6% 줄어든 91만 4000대에 그쳤다.
올 들어서도 수입차는 1/4분기에 9767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1%의 증가율을 보여 국산차의 12.8% 상승률을 훨신 앞질렀다. 이에 따라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00년 0.4%에서 올 3월 말 현재 4.3%로 10배 이상 늘어나는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협회는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중·대형화한 것과 수입차 업계의 중저가 모델 출시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