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8월 미국의 넷스케이프가 나스닥시장에 상장함으로써 인터넷 브라우저 혁명이 시작됐다. 그러나 10년 후 넷스케이프는 잊혀진 이름이 됐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익스플로러에 밀려 시장에서 퇴출됐기 때문.
성균관대학교 영상학과 현대진 교수는 “국내외 미디어회사들은 넷스케이프같은 기업이 되지 않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며 “통합미디어로서의 경쟁력을 갖추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는 원인을 “방송ㆍ통신 융합과 유선ㆍ무선 융합이 동시에 일어나는 변화의 시대. 기술의 발전에 따른 새로운 규칙. 새로운 시장에 군웅 할거. 춘추 전국의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격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기존사업자는 물론 신규 진입자가 한데 어울려 목숨을 건 한 판 승부를 펼치고 있다. 최근 위성 및 지상파DMB. 곰TV. 하나로TV. 메가패스TV 등 다양한 서비스가 선보였다. 인터넷포털업체인 다음커뮤니케이션과 KT 등 통신사업자가 중심이된 컨소시움이 IPTV시범사업자로 선정됐다.
변화의 거센 물결에 사업영역도 허물어져 내 영역도 남의 영역도 없다. 방송이 신문영역. 통신사업자가 방송 및 콘텐트영역. 인터넷사업자가 방송 및 콘텐트제작 영역으로 넘나든다. 국경도 없다. 국내에서 CNN. BBC 등 해외미디어나 스포츠 중계를 접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중앙일보의 자회사인 중앙방송은 다큐멘터리와 히스토리채널. 골프채널 등을. 중앙EMT는 위성DMB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CBS 방송은 쿠키 방송이라는 인터넷 방송에 이어 무료 신문시장 진출까지 준비 중이다.
복수케이블방송사업자인 CJ미디어와 씨엔앰커뮤니케이션은 통신사업자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 7월 인터넷접속(초고속인터넷) 역무 기간통신사업자로 허가를 받은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케이블망을 이용한 IPTV사업 등도 추진중이다. 통신사업자인 KT는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의 대주주이고 IPTV 준비 중이다. 지난 9월엔 국내 최대 영화제작사인 싸이더스FNH도 인수했다. 자회사인 KTF는 지난 6월 국내 2위 영화 투자배급사인 ’쇼박스‘가 만든 300억원 규모의 영화펀드에 80억원을 투자했다. SK는 지난 18일 국내검색 포털 순위 5위인 엠파스를 인수했고.
SKT는 지난 2월 연예기획사인 IHQ에 144억원을 투자해 2대주주에 올랐다. 지난 5월에는 음반 업체인 YBM서울음반을 전격 인수했다. 인수와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외국 미디어 업계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최근 인터넷 사업자들인 야후. MSN. 구글은 더욱 덩치를 키우면서 경쟁을 선도한다.
과거 신문ㆍ방송이 누렸던 영향력과 지위를 차지할 기세다. 뉴욕 타임스의 디지털 담당 마틴 니센홀츠 부사장은 “인터넷의 발전과 경영환경 변화로 신문사 보유 자원을 재분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실제 뉴욕 타임스는 최근 자사가 보유하던 방송사를 매각했다.
대신에 인터넷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전문 정보 검색사이트인 ‘어바웃닷컴’을 인수했고. 워싱턴 포스트는 매거진 사이트인 ‘살롱’을 인수했다.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세계 최대의 미디어 그룹인 타임워너는 뉴스 전문 채널인 CNN 방송. 영화제작사. 타임 등 신문 및 잡지. 음악 및 출판사까지 거느린 거대 모글(대그룹)화 했다. 다각경영 전략이다. 호주 출신의 루퍼트 머독의 뉴스 코퍼레이션. 일본의 소니. 독일의 베텔스만 등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들은 세계 미디어 시장을 두고 한판 전쟁이 붙었다.
WTO 체제 출범으로 인한 무한 국제경쟁시대. 미디어업계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승자만이 이름을 남길 뿐이다. 한국 미디어 업계의 선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