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훈 9단(오른쪽)이 쾌조의 2연승을 달렸다. 대국 후 검토하는 박 9단의 표정이 침울함을 감추지 못하는 다카오 9단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반상의 귀공자’박영훈 9단이 벼랑에 몰린 한국을 구했다. 박 9단은 26일 부산 농심호텔에서 열린 제8회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 최강전 2라운드 제5국에서 일본의 다카오 신지 9단을 맞아 211수 만에 흑 2집 반승. 전날의 승리에 이어 2연승을 달렸다.
이로써 한국은 3연패 끝에 2승을 기록. 대추격의 발판을 다졌다. 반면 일본은 첫번째 주자로 나선 하네 나오키 9단이 2승을 기록했을 뿐 나머지 3명의 선수가 단 1승도 추가하지 못했고. 마지막 주자인 요다 노리모토 9단만 남게 됐다.
사상 첫 우승을 노리는 중국은 펑취안 7단의 5연승에 힘입어 아직 3명의 기사가 버티고 있어 가장 유리한 형국이다. 27일 2라운드 마지막 대국에 중국은 천야오에 5단이 출전할 예정이다.
박영훈 9단 대 다카오 9단의 대국은 실리 대 세력의 대결이었다. 다카오 9단은 초반부터 좌상귀와 좌하귀를 적극 공략하면서 짭짤한 실리를 챙겼다. 반면 박 9단은 적절한 수단으로 다카오 9단을 압박하면서 중앙에 대한 ‘말뚝박기‘를 시도했다. 초반까지는 다카오 9단의 근소한 우세.
그러나 중반 들어 상변에서 박 9단이 비수를 꺼내들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좌상귀쪽에 침투시켰던 ‘특공대’를 과감하게 내던진 채 우직하게 중앙에 커다란 세력을 일궈낸 것이다. 얼핏 손해를 본 것 같았으나 침착하면서도 두터운 수비작전으로 다카오 9단의 예봉을 피해갔다.
이를 관전하던 조훈현 9단은 조금 어두운 표정으로 “세력이란 자칫 한 수에 무너질 수 있다. 끝까지 긴장을 늦춰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중반 이후 형세는 조금씩 박 9단쪽으로 흘러 한 때 10집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계산될 만큼 일방적인 페이스였다.
후반 들어 세불리를 느낀 다카오 9단이 전방위 역공에 나섰지만 적절한 대응과 정확한 수읽기로 결국 반면으로 9집을 남겨 2집 반승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