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개헌 카드’를 던지며 지난해 말 임기 단축을 시사하는 발언 이후 계속된 수세 국면을 반전시키며 단숨에 정국 주도권을 쥐는 듯한 형국을 만들어냈다.
노 대통령의 이번 제안을 두고 야당 등에서 ‘국면 돌파용’이란 정치적 해석을 다는 것도 이 같은 정국 흐름 변화와 무관치 않다.
더이상 후퇴는 없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말만 해도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인준안 철회를 한나라당에 “굴복한 것”으로 표현하며 대통령 고유의 인사권이 제한되는 데 대한 자괴감을 드러냈다.
안팎으로 권력누수 조짐이 가시화됐지만 오히려 노 대통령은 구랍 21일 고건 전 총리 인사 실패를 거론. 현실정치 개입 논란을 낳은 것을 신호탄으로 국정운영의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 26일 국무회의에서 “앞으로는 할 말 다 하겠다”며 ‘메시지 정치’를 예고한 데 이어 지난 3일 올해 첫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앞으로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겠다”며 공직기강 확립 의지를 밝혔다.
이런 흐름 때문에 이번 개헌카드가 정국 주도권 확보를 바탕으로 국정을 다잡겠다는 노 대통령의 임기말 구상과 연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음 수’는 무엇일까 이제 관심은 노 대통령이 개헌 제안의 ‘다음 수’로 무엇을 던질지에 쏠릴 전망이다.
당장 한나라당이 개헌 제안을 거부하기로 했지만. 노 대통령이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법이 부여한 개헌 발의권을 행사하고자 한다”고 언급.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개헌논의를 진행시키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대연정 정국 때 한나라당의 거부가 거듭될 수록 제안의 강도를 끌어올렸던 노 대통령 특유의 승부사적인 기질도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개헌을 쉽사리 접지 못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한나라당이 개헌논의를 끝내 거부할 경우 노 대통령이 개헌문제와 대통령 임기를 연계시키는 중대 결단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대선구도 변화 생길까 개헌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의 개헌론과 한나라당의 개헌저지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 생길 경우 한나라당이 일찌감치 대세론을 형성한 대선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이르면 이달말로 예정된 신년회견에서 개헌에 관한 노 대통령의 구상이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어 신년정국은 당분간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개헌을 놓고 힘겨루기를 벌이는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