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공부벌레들도 수업시간에 채팅한다
일간스포츠

입력 2007.02.13 12:54

“하버드 법대 공부벌레들도 수업시간에 채팅화면을 켜놓고 트럼프 카드 옮기기 게임을 즐긴다.”

미국 하버드대 학위 과정 연수 중인 서울중앙지법 문유석 판사는 최근 법원 내부통신망에 모교인 서울대 법대와 현재 학생 신분으로 공부하고 있는 하버드 대학 법대를 비교하는 글을 올렸다.

▨다를 게 없다

하버드 법대생들은 얼마나 머리가 좋을까. 한 학기를 하버드 법대에서 보낸 문 판사는 연수 전에 가졌던 이 질문에 “별 다를게 없다”고 밝혔다.

수업을 토론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논리 전개와 아이디어를 지켜볼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이른바 ‘영특하다’고 할만한 학생은 눈에 잘 띄지 않았다고 한다. 거칠게 분류해 10명 중 똑똑한 학생이 1~2명. 평범하지만 열심히 하는 학생이 4명. 대충 따라가는 학생이 4명 정도의 비율이라는 것이다.

그럼 하버드 법대생들은 정말 ‘하버드의 공부벌레들’일까.
역시 우리나라 대학과 별로 다를 게 없다는 게 결론이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펴 놓은 노트북 화면에서는 수영복을 입은 미녀 사진. 트럼프 카드를 옮기는 단순한 게임 화면. 채팅 화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공부벌레들’의 분위기에 그나마 가까운 것은 오직 1학년(미국에서는 1L이라고 부른다) 때 뿐이다. 1학년 성적이 로펌 취직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스팸 메일’ 보내는 교수

그래도 다른 점은 있다.

영화의 한 장면을 패러디해 기억에 남을 만한 종강 수업을 한 엘리자베스 워런 교수와 린 로푸키 교수.

로푸키 교수는 학생들의 사고 흐름을 손바닥 보듯 파악하면서 연쇄 질문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깨닫게 수업을 이끌었다고 한다. 문 판사는 ‘세상에 이렇게 잘 가르치는 사람이 있을 수가 ’라고 감탄하면서 수업을 받아 본 것은 처음이라고 고백했다.

종강 후에도 교수는 시험 준비하는 학생들이 이메일로 질문을 하면 바로 수강 학생 전원에게 답장을 한다고 한다. 문 판사의 표현에 따르면 ‘스팸 메일’로 지정하고 싶을 만큼 교수의 이메일이 이어진다.

▨“성실·책임감 등 평범한 가치가 중요”

질문을 존중하는 미국식 교육 방법도 세계 최고의 법대를 가능하게 했다는 게 문 판사의 분석이다. 학생들은 말이 되든 안되든 정말 주저없이 질문을 하고. 교수는 참을성 있게 들어준다.

그러나 문 판사는 글 말미에 “시스템의 차이. 학문 풍토의 차이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정성·성실 등 평범해 보이는 가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서점에 가보면 ‘나는 이렇게 하버드에 갔다’는 류의 책들이 참 잘 팔린다. 아이들이 대견하기도 하지만 의문이 드는 것은 하버드에 가느라 고생은 했지만 그래서 무엇을 할건가라는 점이다”고 말했다.

이방현 기자 [ataraxia@il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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