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출신의 아이스하키 전 국가대표 이모(27)씨가 남편에 의해 살해·암매장된 채 발견됐다.
아이스하키 유망주였던 이씨는 2000년 북한을 탈출해 중국·동남아 등지에서 갖은 역경을 겪었다. 2004년 7월 한국에 입국해 아이스하키 국가대표로 활약했지만 가정 불화로 인한 비극의 희생자로 끝나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광주 동부경찰서는 26일 탈북자 출신의 아내 이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김모(37)씨를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3일 새벽 4시쯤 광주 광산구 신가동 자신의 집에서 이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인근 극락강 주변에 암매장했다.
이씨는 스무살이던 2000년 중국행을 시도했고 결국 4년간의 긴 방랑생활을 해야 했다. 중국에서 공안을 피해 잡일을 전전했지만 번 돈을 꼬박꼬박 집에 부쳤던 효녀였다. 감시가 심한 중국을 떠나 태국·라오스로 떠돌며 험난한 생활을 계속했다. 태국 불법체류로 경찰에 붙잡혀 구치소에 수감된 적도 있었다.
2004년 7월 브로커를 통해 꿈에 그리던 한국 땅을 밟은 이씨는 3개월 간 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에서 생활한 뒤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됐다.
북한을 떠난 지 4년 만에 스틱을 잡은 그는 ‘성공해서 꼭 가족을 데려오겠다’면서 대표팀 훈련과 식당 아르바이트 등을 병행하며 성공의 꿈을 키워갔다.
2006년 3월 아시안컵대회를 끝으로 대표팀을 그만둔 이씨는 그해 7월 지인의 소개로 만난 남편 김씨와 10월 광주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 후 생활고로 인해 술집에 일을 나간 이씨는 남편과 잦은 다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 13일 말다툼 도중 살해되고 말았다. 성공을 꿈꾸며 북한을 떠나왔지만 한국에 정착한 지 2년 6개월만에 죽음이라는 비극으로 끝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