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별사탕의 고향’ 이탈리아 펠리노에
일간스포츠

입력 2007.04.24 09:43

200여년 이어온 장인의 달콤한 숨결

봄꽃이 아닙니다. 형형색색의 꽃 모양을 한 별사탕입니다.
 
이탈리아의 산골 도시 술모나는 서양식 별사탕인 콘페티(Confetti)로 유명한 곳입니다. 콘페티는 이탈리아에서 결혼식이나 유야 영세식·첫 영성체 등의 잔치 때 쓰이는 장식용 사탕입니다. 나프탈렌을 닮은 이 별사탕을 저는 죄다 먹어치워 집에 남아있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만 가게에 가면 장식용이 아닌 이런 순수한 식용 콘페티를 살 수 있습니다.


 
콘페티를 만드는 펠리노 회사 공장을 다녀왔습니다. 펠리노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콘페티 회사입니다. 설립자 가족의 이름을 따서 만든 이 회사가 처음 세워진 것은 1783년이니 독일의 악성 베토벤이 불과 13살 때 탄생했군요. 18세기, 정말 옛날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공장 안에는 상당히 큰 사탕 산업 박물관이 있습니다.
 
교황·국가원수·할리우드의 스타들이 다녀간 기념 사진도 여기저기 보입니다. 나도 방명록에 한글로 멋지게 사인을 남겼습니다. 알브레흐트 뒤러의 잉크화를 연상시키는 18세기 그림 책자에는 당시 사람들이 별사탕을 만들던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사진 1). 넓적한 놋솥을 그네에 달아 숯불 위에 올리고 이리저리 흔들면서 사탕을 만들었습니다. 당시 쓰던 기구들이 옛 모습 그대로 전시돼 있습니다 (사진 2).
 
그러던 것이 19세기 산업혁명의 분수령을 넘으면서 장비가 현대화되고, 또 20세기 들어 전기의 보급과 함께 자동화되기 시작한 흔적이 보입니다. 놋솥은 수평이 아닌 45도 각도로 기울었고 사탕은 이제 사람 손 대신 모터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당시는 전자공학이 없는 강전(强電)의 시대라 리모콘 대신 묵직한 두꺼비집을 움직여 기계를 켜고 끈 모양입니다. 어느 날 합선 사고가 일어났는지 기계의 버팀목 노릇을 하는 한쪽 구석이 화재로 꺼멓게 타들어간 자국도 보입니다.
 
20세기 초인 1923년에 썼던 회사용 계산기도 보입니다 (사진 3). 언뜻 보아 타자기를 닮았는데 플러스·마이너스·엔터 표시가 된 단추가 오늘날의 계산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1세기로 넘어온 오늘날에도 이탈리아 별사탕 공장의 놋솥은 끊임없이 돌고 있습니다 (사진 4). 지구처럼, 아니면 그 옛날 솜사탕 만들던 알루미늄 '우주솥'처럼 말입니다.
 
이삼백 년 전통이 오늘도 면면히 흐르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나온 별사탕 맛이 나쁘지 않은 모양입니다. 우리 집 공주 뚱순이도 분홍색 사탕 봉지를 소중히 두 손에 꼬옥 쥐고 만족해합니다. 우리 뚱순이를 울리지 않고 요것을 조금 뺏어 먹어야 할 텐데….

마테우치 [blog.joins.com/matteuzzi]

*이 글은 블로그 플러스(blogplus.joins.com)에 올라온 블로그 글을 제작자 동의 하에 기사화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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