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현대차·기아차·쌍용차 등 국내 업체들이 국내에서 판매한 SUV는 8만 850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7만 6338대)보다 15.9% 늘었다. 특히 5월 한 달 동안에만 2만 291대가 팔려 2006년 5월(1만 6582대)보다 22.4%나 급증했다.
업체별 판매 규모는 현대차가 전체의 41.4%에 이르는 3만 6526대로 가장 많았고, 쌍용차(1만 9838대)→기아차(1만 9465대)→GM대우(1만 2481대) 순이었다. 2002년을 정점으로 하강 곡선을 그리던 SUV 시장이 반전에 성공한 것은 교체 수요와 더불어 최근 나타나고 있는 경기 회복세가 맞물렸기 때문이란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게다가 현대차가 지난 14일 싼타페 2.0VGT를 내놓은데 이어 올 하반기에는 기아차와 르노삼성자동차가 새 모델을 선보일 뿐만 아니라 수입차 업체도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됐던 가격 부담을 털어 낸 중저가 차량을 앞세워 공략하고 있어 SUV 시장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본격화하는 국산차 공세
현대차가 새로 선보인 싼타페 2.0VGT는 기존 2.2리터 모델에 비해 최고 134만원 저렴한데다 질소 산화물·미세 먼지·매연 등을 대폭 줄여 유로Ⅳ 수준의 환경 규제를 만족시키는 2.0ℓ 엔진(최고 출력 151마력·연비 12.6㎞/ℓ)을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고객 선호도가 높은 사양을 기본으로 적용했다. 출시를 기념해 전국 시승 행사를 진행하고, 홈페이지(www.hyundai-motor.com)를 통해 매주 50명씩 추첨해 3박 4일 동안 차를 빌려 주는 등 다양한 판촉 활동을 진행한다.
올 하반기에는 기아차가 지난 4월 서울모터쇼를 통해 선보였던 HM(프로젝트명)을 출시한다. 베라크루즈와 마찬가지로 3000㏄급 모델로 버튼식 시동 장치·전복 감지 커튼 에어백·높이 조절 전자식 서스펜션 등 최첨단 사양을 적용한다고 기아차는 밝혔다.
르노삼성자동차도 비슷한 시기에 H45를 출시하면서 SUV 시장에 가세한다. 르노-닛산이 개발한 2.0dCi 디젤 엔진은 최대 출력이 무려 177마력으로 동급 엔진 중에서는 최고의 파워를 자랑한다. 오르막길에서 차량이 멈춘 후 재출발할 때 뒤로 밀리는 것을 방지하는 HSA, 내리막길 주행 때 간단한 버튼 조작만으로 속도를 조절하는 HDC 등 다양한 첨단 편의 사양이 채택됐다.
또한 국내 최초로 차 뒷문을 조개처럼 상하로 분리해 열 수 있도록 해 야외에서 뒷문에 걸터앉거나 좁은 공간에서 윗문만 열고도 짐을 싣고 내리는 것이 가능하도록 했다.
■수입 SUV도 저가 시대
수입차 업체의 저가 공세도 만만치 않다. 우선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수입 SUV인 혼다 CR-V의 경우 3090만원에 불과해 국내 고급 SUV인 베라크루즈(현대차)나 렉스턴Ⅱ(쌍용차)는 물론 싼타페 최고급 모델보다 싸다. 이같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5월에만 340대가 팔려 4개월 연속 수입차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모델로 꼽히고 있다.
포드와 다임러크라이슬러는 2000만원대의 SUV를 내놓으면서 가격 경쟁에 불을 붙였다. 포드는 지난 10일 2008년형 포드 뉴 이스케이프를 내놓으면서 2000만원대의 SUV를 선보였다. 배기량 2.3ℓ의 2.3XLT로 투톤 가죽시트·트립 컴퓨터·오토램프 등 고급 사양들을 대폭 장착해 편의성을 강화했음에도 가격은 2970만원이다.
이 모델은 또 넓은 실내 공간에 방음 필름을 삽입한 특수 앞 유리, 방음 소재 헤드라이너, 두꺼운 카페트를 사용해 고속 주행 시에도 정숙성이 뛰어나다는 평이다. 다임러크라이슬러도 도심형 SUV 지프 캠퍼스를 299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