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홍보처가 실시한 2006 한국인 의식·가치관 조사에 따르면 결혼 5년차 안팎인 30대 부부들은 아들보다 딸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가 한 명일 경우 어느 쪽을 낳고 싶냐"는 질문에 상관없다(61.7%)는 대답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여아(21%)가 남아(17.3%)보다 높았다. 2001년(여아 13.1·남아 28.5%)과 1996년(여아 9.6%·남아 36.1%) 조사 결과와 비교해 보면 점차 남녀 선호 성향이 바뀌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영향 때문일까? 최근 CF에선 유독 아버지와 딸이 모델로 등장하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아버지가 키워 주는 딸의 꿈
코레일의 최근 공익 캠페인에는 아버지와 딸만이 등장한다. 단둘이 주말에 경주로 여행을 떠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광고. "불국사를 아는 게 무슨 도움이 돼? 아침부터. 놀이동산이나 가지 …."
아버지는 아이의 그런 투정도 귀엽다는 듯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이윽고 도착한 불국사에서 아이는 불국사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조금씩 우리 역사와 만난다. "아빠, 나 역사학자 될까?" 아이의 그런 모습에 아버지는 함박웃음을 띠며 아이와 어깨동무를 한다. 딸이 아버지와의 여행을 통해 미래의 꿈을 그린다는 내용이다. 그 꿈을 선택해 가는 결정적 순간에 아버지가 옆에 있음을 광고는 보여 준다.
■아버지가 딸에게 혹은 딸이 아버지에게
GS칼텍스 광고에서도 아버지 옆에 딸이 서 있다. 이 광고에서는 딸이 기운 없는 아버지에게 기운을 북돋워 주는 든든한 구실을 하고 있다. 회사 앞에서 아버지를 기다리는 딸. 지친 표정으로 축 어깨를 늘어뜨린 아버지에게 다가가 팔짱을 낀다.
"이 차는 기름이 떨어졌는가 보네. 꼴꼴꼴꼴" 기름을 넣듯 생기를 불어넣는 귀여운 딸의 모습은 이 세상 모든 아버지들에게 힘을 실어 주는 것만 같다.
신창건설 비바패밀리의 광고 카피는 '딸에게 바칩니다'이다. "여기는 우리 공주님 맘마 먹는 곳이에요. 우리 공주님 방 …." 갓난아기를 공주님이라 부르며 딸을 위해 집을 마련한 아빠의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와 줘서 고맙다"라며 딸에 대한 지극한 애정을 표현한다.
딸과 데이트를 하고, 문자를 주고받으며, 딸의 남자 친구에 대해 엄마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요즘 아버지들. 단란한 가족 전체가 나오거나 아버지와 아들, 또는 어머니와 아들이 주로 등장하던 광고에 불기 시작한 부녀의 바람이 과장된 것만은 아닌 듯하다. 부자유친 대신 부녀유친이라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새로운 현상이 광고 속에서 꿈틀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