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원 고료의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미실'의 작가 김별아가 2년 만에 새 장편소설 '논개'(전 2권·문이당)로 돌아왔다.
'논개'는 조선 왕조 500년 역사 중 980여 차례의 외침을 통틀어 가장 처참하고 끔찍한 전란으로 꼽히는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바로 전과 임진왜란 종반까지의 시간이 배경이다. 스무 살의 짧은 생을 불꽃처럼 살다 간 논개의 일대기를 다뤘다.
논개는 위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정사(?)에서는 기생 혹은 정렬부인 등 논란이 분분하다. 소설에서는 지고지순한 사랑 하나로 횡포한 세상에 맞선 한 사람의 여인으로 재조명했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논개를 보통 여자로 그린다. 기존에 접할 수 있는 우국충정이라는 대의를 품은 위인의 모습이 아니다. 그저 약하고 어린 것들을 보듬고 생명을 키워 내고 일생에 단 한 번 사랑한 한 남자에게 건 소박한 약속을 지키고 싶어 하는 그런 여인이다.
'논개'는 작가가 그동안 여러 작품을 통해서 구현해 왔던 여러 형식을 곳곳에 배치하고 있다.
1권에서 논개의 성장 과정이 17세 이전에 논개의 눈을 통하여 세상을 바라본다. 그 세월을 견디는 성장 소설의 면모를 보여 준다. 2권에서는 최경회를 기다리며 인고의 세월을 감내하며 내면의 고뇌를 드러내는 논개의 모습을 그린다. 최경회를 찾아 전쟁터로 나선 후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역사와 인생에 대해 성찰하는 흡사 순례자와도 같은 논개의 모습에서는 구도 소설의 징후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작가는 이 책에서 역사 소설로서의 긴장감을 한시도 놓지 않을 뿐만 아니라 논개라는 한 인물과 그 주위에 포진해 있는 다양한 인물에 대한 견고한 성격 묘사로써 전체를 꿰뚫고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가면서도 통일성과 균형성을 끝까지 유지한다.
또한 치밀하고 섬세하며 맛깔스러운 단어들의 보고로 정평이 나 있는 김별아 특유의 예스럽고도 단아한 문체는 소설과 역사를 동시에 읽는 묘미를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