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사연이 소개된 심정임씨에게는 치료비 일체를 부담하겠다는 독지가가 나타났습니다. 일간스포츠·한국백혈병환우회·육군이 주최하는 백혈병 환자를 돕기 위한 헌혈 증서 기증 캠페인에 관심을 가져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주에는 자매 간 골수가 맞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수술받을 처지가 못되는 방지훈(23)씨의 언니 방지민(26)씨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2007년 7월. 편도선염이라는 소리에 거의 한 달 가까이 약을 먹던 제 동생 지훈이는 목이 붓는 증세가 호전되지 않자 건양대학교병원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언니, 엄마랑 같이 병원에 와 봐야겠어. 보호자가 와야 한대."
그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일주일에 걸친 검사 끝에 지훈이에게 내려진 진단은 필라델피아 양성 반응인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이었습니다. 엄마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으셨습니다. 저는 믿어지지가 않아 눈물도 흘리지 못했습니다. 항암 치료를 위해 머리를 깎은 지훈이의 창백한 얼굴을 보자 비로소 울컥하고 눈물이 나왔습니다.
우리 가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신이 들기도 전에 경제적 어려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엄마는 부모가 되어 자식에게 보험 하나 들어 주지 못했다며 자신을 원망하셨습니다.
지훈이는 항암 치료를 받느라 힘든 와중에서도 자신의 몸 상태를 걱정하기보다 돈 걱정을 먼저 했습니다. 기초 생활 수급자인 저희 가족은 수입이라고는 엄마가 공공 근로를 하셔서 한 달에 70만원 버는 것과 지훈이 자신이 초등부 학원 강사를 해서 버는 돈 80만원이 전부였습니다.
취업을 준비하던 저는 그나마 심장과 폐가 약해 집에서 쉬던 중이었고 막내 동생은 고등학교 3학년입니다. 지훈이가 입원하고 엄마가 간병을 하고 계셔 가족의 수입은 이제 전혀 없어서 정부에서 지급하는 생계비에만 의지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입사 원서를 쓰다가 가족의 월 수입을 쓰는 칸이 있어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앞이 캄캄했습니다.
3년 전에 엄마와 이혼해서 따로 살고 있는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봤지만 "도움이 못돼 미안하다"는 말뿐이었습니다. 직업도 없고 장애가 있어 집에만 있는 아빠가 도와줄 힘이 있을 리 없었습니다.
이런 저희 가족에게 하나의 희망 찬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저와 막내 동생이 병원에 가서 혈액 검사를 했는데 제가 지훈이와 골수가 맞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엄마는 제가 몸이 약해서 걱정이라 하시지만 아무 것도 못해 줬던 저는 이 사실이 기쁘기만 합니다.
지금 지훈이는 동종 골수 이식 수술을 기다리며 항암 치료에 들어가 있습니다. 자매 간 골수가 맞는다는 기쁜 소식도 잠시, 또다시 수술 비용의 마련이 저희 가족에겐 큰 걱정입니다.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반응을 보이는 지훈이는 골수 이식 수술만이 완치하는 길이라고 합니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마땅한 방법이 없습니다. 지훈이가 수술비가 없어 수술받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 큰 아픔입니다.
"빨리 골수 이식 수술을 받고 완치돼 설날에는 엄마·언니·막내와 함께 다 같이 집에서 떡국 먹는 게 소원이야"라는 지훈이의 말처럼 우리 가족에겐 이제 공통의 소원이 생겼습니다. 한창 건강하고 예쁠 나이의 지훈이가 다시 건강과 웃음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지훈이 언니 방지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