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11시께 탑골공원에 30대로 보이는 남녀 한 쌍이 커다란 비닐봉지에 떡을 담아 와 할아버지들에게 돌리는 모습이 눈에 띄였다.
자원 봉사자라고 생각하고 "봉사하러 자주 나오시냐"라고 물었다. 그는 웃으며 "처음이다. 봉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럼 이들은 무슨 일로 할아버지들에게 떡을 돌린 것일까?
신원을 밝히길 거부한 이들은 일곱 살 딸의 생일 떡을 돌리러 나온 부부였다. "가족과 딸의 친구들을 불러 생일잔치를 하는 것도 좋겠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생일이 될 것 같아서요"라고 말하며 수줍게 웃는 아내는 말을 마치기 무섭게 아직 떡을 받지 못한 할아버지에게 다가갔다.
"할아버지, 떡 하나 드실래요" 하며 밝게 웃는 그들의 모습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백설기만큼 따뜻함이 느껴졌다.
이렇듯 탑골공원에선 추운 날씨도 녹일 따뜻함이 있다. 근처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노인들을 위해 무료 급식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 주변 음식점 가격도 대부분 3000원을 넘지 않는다. 특히 1500원짜리 국밥이 할아버지들에게 인기 만점.
그렇지만 할아버지들이 공원을 찾는 이유가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할아버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우리들에겐 외로움이 가장 무섭다. 탑골공원에 말동무를 할 친구들이 있다는 자체가 행복한 일"이라고.
홍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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