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는 등 사상 초유의 기름값 폭탄이 국내 자동차 시장의 판도까지 뒤흔들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경차·소형차·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경제성을 앞세운 차량들의 판매가 늘어나는 반면 중·대형 차량은 거의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기량 800㏄ 미만의 경차는 4만 4047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3만 1462대)에 비해 무려 40% 증가했다. 소형차는 20만 5390대(2006년 18만 21대). SUV는 18만 511대(2006년 15만 9470대)로 각각 14.1%와 13.2% 상승했다. 반면 중형차는 20만 4955대로 지난해(21만 1071대)에 비해 2.9% 줄었다. 대형차는 12만 4978대로 2.7% 늘어나는 데 그쳤다.
무엇보다 경차의 약진이 돋보인다. 국내 유일의 경차인 마티즈를 생산하는 GM대우는 계속되는 유가 인상으로 인해 고연비 차량을 구매하려는 고객을 겨냥. 할인 또는 유류 보조금 등을 통한 판촉 강화로 눈에 띄는 성과를 기록했다. 모델별 국내 판매 순위에서도 5위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한 단계 뛰어올랐다.
소형차는 내년에 경차에 편입되는 기아차 모닝(배기량 999㏄)의 호조와 3개월 연속 2000대 이상 판매 실적을 보인 현대차 i30의 신차 효과에 힘입어 증가세를 보였다.
경차와 소형차 판매의 성장이 경제성 때문이었다면 SUV는 휘발유 가격 상승에 따른 반사이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쌍용차는 렉스턴Ⅱ 유로 출시와 액티언 스포츠. 페이스 리프트 모델을 내놓은 카이런 등이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얻으면서 SUV 시장을 이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도 경제성을 따지는 소비자들의 선택은 이들 차종에 편중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현 상황으로는 당분간 고유가 행진이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