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 1년, 업주 백기홍씨의 눈물 어린 고백
일간스포츠

입력 2007.12.02 18:07

온 나라를 사행성 오락이라는 수렁에 빠뜨렸던 ‘바다이야기 파문’이 일어난 지도 어느새 1년 남짓한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후유증에 시달리며 우리 사회에 아픈 상처를 남기고 있다.

어두운 그림자 뒤에는 ‘사행성 오락의 주범’이라는 따가운 시선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 소액 투자자들의 이야기도 있다. 번듯한 직장인으로 일하다 생계를 위해. ‘돈벌이가 된다’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 오락업에 뛰어든 사람들. 하지만 이들은 정작 한 푼도 손에 쥐지 못한 채 가산을 탕진하고 길거리로 나앉아야만 했다.

파문이 일어나기 한 달 전 사행성 오락 사업에 손을 댄 백기홍(33)씨는 “소위 막차를 탔던 셈이다.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지인의 말을 믿고 전 재산을 쏟아부었는데 결국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며 혹독하고 시렸던 지난 1년에 대해 힘겹게 말문을 열었다.

“부모님을 비롯해 여섯 식구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어요. 일반 직장인 월급으로는 생활하기조차 빠듯했죠. 그때 영업장을 운영 중인 지인으로부터 투자 제의를 받았어요. 회사에서 어느 정도 자리도 잡고 있는 시기라 고민도 많았지만 제 새끼가 배고픈 상황에서 눈에 보이는 게 없었죠.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었습니다.”

백씨가 사행성 오락업에 투자한 돈은 총 1억원. 그나마 전세로 살던 집을 담보로 여기저기 돈을 끌어모았다. 난생 처음 만져본 1억원짜리 자기앞수표. 돈을 건네는 순간까지도 돈에서 손이 안 떨어지던 장면은 아직도 그의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한 달 동안은 꿈 같은 시간이었어요. 50대의 기계 한 대에서 각각 300만원이 너끈히 보장됐죠. 1주일이면 1만원짜리 뭉치로 사과 박스 5~6개를 채웠어요. 돈을 세고 정리하는 데만 5시간이 걸릴 정도였죠. 정말 이때 ‘돈 냄새’라는 게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돈을 세느라 손에 묻은 먼지가 씻어도 씻기지 않더군요. ‘이런 세상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이런 달콤함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백씨가 사업에 뛰어든 지 얼마 되지 않은 지난해 가을 사행성 오락과 관련된 비리가 터졌고 정부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정부에서 6개월의 유예 기간을 주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지켜지지 않았다. 파문 직후 경찰에서 하루 3~4번씩 단속을 나왔고. 영업은 사실상 종료됐다.

“사람을 죽이려고 해도 정리할 시간을 줘야 하는 거잖아요. 정부에서 무계획적으로 허가를 내줄 때는 언제고. 문제가 되니 정말 태풍이 지나간 듯 쏜살같이 쓸어버리더군요. 원금을 고스란히 허공에 날린 것은 물론 ‘파렴치한’으로 전락해버렸어요.”

백씨가 지나온 지난 1년은 가혹하리만큼 처참했다. 빚을 갚느라 전세방을 빼야 했고. 그러고 나니 여섯 식구가 생활할 수 있는 열 평짜리 공간도 남지 않았다. 추운 겨울을 길거리에서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

다행히 노모가 다니던 교회에서 사정을 딱하게 여겨 사택을 빌려줬다. 하지만 한번 시작된 고난은 끝이 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가 간경화 말기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고. 아버지 또한 중풍에 걸렸다. 자신 또한 홧병으로 인한 우울증으로 얼룩진 나날을 보냈다.

“그 일 이후 제 삶은 나락으로 떨어졌어요. 지금도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은 수렁에 빠져 있는 기분이에요. 정말 어처구니없고 허망하기만 했어요. 식구들 얼굴이 떠올라 차마 목숨을 끊을 생각도 못했죠. 다행인 건 일하던 곳에서 저를 찾아줘서 지금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거죠.”

‘돈이 돈같이 않았던 시간’이라고 당시를 회상한 백씨. 연예인 매니저로 다시 돌아온 그는 “언제 사택에서 나와야 할지 알 수 없어 불안하지만 다시는 그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참회 어린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요즘 다시 사행성 오락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들었다. 다시는 나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의 말을 덧붙였다. ‘바다이야기’ 상흔에 얼룩진 대한민국의 단상이다.

이현 기자 [tanaka@jesnews.co.kr]
사진=이영목기자 [ymlee@ilgan.co.kr]



바다이야기, 사행성 오락 아직도 성행


백씨 “저는 정책 입안자들의 희생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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