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합병후 사원들 벽 폭탄주로 술술 풀었죠
일간스포츠

입력 2008.03.30 16:59

진로 발렌타인스 크리스토퍼 쿠튜어 사장

"한국에선 발로 뛰는 경영이 중요하다고 여깁니다. 시간만 나면 직원들과 바·레스토랑·유흥주점·도매상 등 영업 현장을 찾아 다닙니다."
 
주류 시장은 총성없는 전쟁터다. 새로운 마케팅 아이디어와 디자인 등 민감한 의사결정을 시시각각 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퇴출된다. 그만큼 유행에 민감하다. 더구나 이질적인 조직이 합쳐진 회사라면 그 회사의 최고경영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회사의 운명을 가를 결정을 해야 한다. 구성원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견 수렴과 감성경영도 결정권자의 몫이다.
 
프랑스인 크리스토퍼 쿠튜어(42) 진로 발렌타인 사장은 그 어려운 짐을 짊어지고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2006년 2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그 웃음과 뚝심을 앞세워 금세 조직을 장악했다. 한국시장의 특성을 최단 기간에 간파해 주류시장 리더로서 주도권을 고수했다. 만 2년이 조금 넘은 그는 이제 외국인 CEO중 가장 현장 친화적이고 한국을 가장 잘 아는 지한파로 꼽힌다.
 
진보발렌타인스는 페르노리카 코리아와 진로발렌타인스가 합병하면서 새롭게 탄생했다. 페르노리카 코리아는 진로발렌타인스보다 훨씬 작은 회사였기에 통합은 쉽지 않아 보였다. 당시 양사 직원들간에 놓여 있는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고 이를 감성으로 통합하는 것이 급선무. 임직원들의 화합은 그의 최우선 경영철학이다. 쿠튜어 사장은 오픈 런치타임, 영업사원 간 교환근무, 계층별 간담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내놓으면서 양사의 유기적 통합을 주도했다.
 
"프랑스 보르도 지방에서 나고 자랐지만 홍콩·일본 등지에서 주로 근무해 동양 정서가 낯설지 않았습니다. 한국과 한국인의 역동성도 익히 알고 있었지요. 한국 근무도 제가 자원했어요. 그 사전 지식이 조금 도움이 됐습니다."
 
지난 해 10월에는 진보발렌타인스 직원 270명이 모두 한국을 떠나 회사 업무가 사실상 중단되는 &#39사건&#39이 벌어졌다. 당시 호주 시드니와 애들레이드와에서 열렸던 &#39와이너리 투어&#39 참가 때문이었는데 이 아이디어는 쿠튜어 사장이 냈다. 술 회사 직원인만큼 와이너리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이 필요하고, 또 직원 화합과 2008년 경영목표에 대한 다짐을 공유하기 위해서였다. 그 &#39투어&#39 이후로 직원들의 결속력은 더욱 단단해졌다.
 
물론 술도 빠질 수 없었다. 직원에게 먼저 다가사 폭탄주를 돌리면서 인간적으로 친해졌다. 요즘도 &#39술도가&#39 사장 답게 주 3회 이상은 꼭 술자리를 갖는다. 양주 반병이 공식 주량이지만 그 이상도 가능하다. 과음했을 때는 찬물을 많이 마시는 것으로 숙취를 해소한다. 새로운 고객을 만날 때도 자리가 어색하다 싶으면 "우리 폭탄주 한 잔 만들어 돌릴까요!"하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유도한다. 이젠 젓가락질도 능수능란하고 김치 담그는 법까지 터득했다.
 
몸을 사리지 않고 열심히 하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쫓아온다는 평범한 진리가 그를 배반하지 않았다.
 "부임한 지 얼마 안됐을 때에요. 지방에 내려가 거래처 사람들과 밤늦게까지 회의를 마친 후 술자리를 가졌는데 새벽까지 자리를 지키고선 서울로 올라오시는 거에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직원들도 더 분발해야 겠다고 느끼며 힘을 얻었습니다."(직원)
 
쿠튜어 사장도 이에 화답한다. "최고 경영자가 신뢰를 보여주면 뜨거운 열정을 갖고 일해요. 동양권에서는 문제가 생기면 직원 혼자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한데 요즘에는 보고하고 함께 해결하려는 사례가 늘었습니다"라며 팀워크가 좋아졌음을 자랑했다.
 
물론 그도 변신을 많이 했다. 이젠 완전한 한국인이 됐다. 저녁 시간에 즐기던 와인은 소주나 폭탄주로 바꿨고, 한국인 임원들이나 고객들과 어울리려고 골프도 배웠다. 골프는 보기 플레이어 수준. 2006년 프랑스 월드컵 때는 &#39조국을 버리고&#39 한국팀을 응원할 정도였다.
 
직원들의 열정과 능력에 대한 그의 신뢰는 매우 깊다. 그는 "한국인은 불가능을 모른다. 외국에서 2년 걸릴 일이 한국에선 6개월이면 된다." 한국의 &#39빨리 빨리&#39 문화를 그는 경영에 긍정적으로 접목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트렌드를 따라잡고 있다.
 
"CEO의 E자가 엔터테인먼트의 약자라고 생각해요. 직원들과 잘 놀고 어울려야 경영을 잘 할 수 있습니다." 진로 발렌타인스가 프리미엄 위스키의 리더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외국인 사장의 &#39한국식 경영철학&#39 덕이었다.



프로필
▲1966년생
▲1991년 Paris Graduate School of Management에서 MBA과정 이수
▲1993년 아더 앤더슨(파리)
▲1996년 페르노리카 본사 입사
▲1997년 CSR 팸프릴 재경 담당
▲2000년 페르노리카 아시아·태평양 부사장 및 재무총괄 이사
▲2005년 1월 페르노리카 코리아 대표
▲2006년 2월 진로발렌타인스 대표 이사(현재)


박수성 기자 [mercu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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