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횡사’한 숭례문, 49재로 명복 빌어
일간스포츠

입력 2008.03.31 09:25


“숭례문의 명복을 빕니다.”

지난달 30일 국보 1호 숭례문에서는 장례 의식 중 하나인 ‘49재’가 치러져 관심을 모았다. 죽은지 49일째를 맞아 치르는 49재는 영혼의 천도와 극락왕생을 비는 불교전통의식이다.

이날은 지난 2월 10일 숭례문이 방화로 인해 소실된지 49일 되는 날. 인간을 포함해 살아있다가 목숨을 다한 생물을 대상으로 천도의식을 치르지만 숭례문처럼 무생물을 의식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숭례문의 49재를 봉행한 서울 안암동 개운사 주지 공운(47•사진) 스님은 “우리 민족의 정신과 얼이 담겨 있는 숭례문은 생명체와 다름 없다. 소실된 것을 애도하면서 한편으로는 숭례문이 원래 모습대로 되살아나길 바라며 49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공운 스님은 "우리 나라의 문화 상징인 숭례문에 대한 국민의 애정은 말로 다할 수 없을 것이다. 국민의 마음 속에 여전히 살아 있는 숭례문의 완전한 복원을 바라며 이 행사를 추진했다"며 “물이나 공기를 살아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민족의 얼이 깃들어 있는 문화재를 무생물이라고 할 수 없다.

이번 49재는 눈길을 끌어보려는 이벤트가 아니라 문화재를 사랑하는 스님들이 뜻을 모아 국민의 마음을 위로하고, 숭례문의 복원사업이 원만하게 진행되도록 간절히 빌기 위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49재는 본래 죽은 이가 금생에서 쌓은 업을 소멸시켜 극락세계에 환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서 "그러나 이번 49재는 기복적 성향이 강한 천도의식을 복원의식으로 바꿨으며, 잘못 살아온 중생의 삶을 참회하고 반성하는 회광반조(回光返照•내면 세계를 돌이켜 반성함으로써 불성을 발견하는 것)와 조고각하(照顧脚下•다리 밑을 비춰 돌아보라는 말로 도는 자기 가까이 있다는 뜻)를 강조하는 쪽으로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그 동안 해인사, 월정사, 봉암사 등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화재에 대한 염려 등 문화재 보호의식이 몸속 깊이 배어 있다는 공운 스님은 “다른 스님들의 마음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이번 49재 행사에 중앙승가대 학생 50여 명이 참여한 것도 시대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문화유산을 아끼는 마음을 고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화섭 기자 [myt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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