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군] 군가·영화·뮤지컬 소재 ‘살아있는 교보재’
일간스포츠

입력 2008.10.13 09:53

병영스타-육군대학 이종명 대령


“나는 살아있는 교보재다.” 오는 17일부터 대전을 시작으로 전국 6개 도시에서 순회공연되는 군 최초 창작뮤지컬 ‘MINE’의 모티브가 된 이종명 대령(49)은 이렇게 자신을 표현한다.

2000년 지뢰사고 당시 두 다리를 잃고 나서도 침착한 후속조치를 취해 감동을 전한 일이 군가는 물론 영화 등에 소개된 데 이어 뮤지컬로도 고연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육군대학에서 후배들을 양성하면서 그들에게 희망이라는 불빛을 전달하는 인생상담자 역할도 하고 있다. 다리를 잃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비틀거리지 않고 희망이라는 두 발로 꿋꿋하게 군인의 길을 걷고 있는 그를 근무지 육군대학에서 만났다.



■ DMZ서 지뢰를 밟다

2000년 6월. 1사단 수색대대장이던 이 대령(2000년 당시 중령)은 후임 대대장에게 DMZ 작전과 관련해 직접 인수인계에 나섰다. 적 GP 측후방까지 들어가야 하는 곳에선 일단 병사들에게 주위를 엄호하도록 지시한 뒤 중대장과 후임대대장 세 명만이 앞장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후임 대대장이 지뢰를 밟아 다리가 절단되고, 중대장 또한 허벅지 등에 관통상을 입었다.

가벼운 부상만 입은 이 대령은 폭발 소리에 놀란 작전팀에 돌아와 동요하지 말고 적 GP감시와 엄호를 명령하고, 헬기 지원을 요청했다. "내가 길을 잘 아니 직접 부상자를 데리고 나오겠다"며 단신으로 다시 들어가 후임대대장을 안는 순간 또 다시 폭발 소리가 들렸다. 누운채 고개를 돌아보니 자신의 두 다리가 없어진 상태였다. 엄호하고 있던 팀이 뛰어들어오려 하는 모습도 보였다. "들어 오지마라." 또다시 사고가 터질까봐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다. 소총과 철모를 끌어안고 팔꿈치로 포복해 관목과 자갈 등을 헤치고 빠져나왔다. 그제서야 팀원들에게 자신이 기어나온 안전이 확인된 길로 다른 이들의 구출 명령을 내렸다.


■ 이 모든 게 우연이겠는가

이 대령은 5시간의 수술을 마치고 중환자실에서 깨어났다. 맨처음 눈을 떴을 땐 저승사자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것 같아 겁이 덜컥 났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가족·친척과 함께 같이 근무했던 동료들이 근심어린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이 대령은 “내가 해야 할 또 다른 일이 있나보다”라고 첫마디를 건넸다. 다리를 잃은 것에 대한 원망보다는 살아있는 것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이 더 컸다.

이 대령은 자신이 좌절이나 갈등을 겪지않고 깨어나자마자 사명감을 불태웠던 것에 대해 “두 번의 고비를 넘겨 살 수 있었다. 나는 이 모든 게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사고 나기 전날 작전팀에게 통신장교와 군의관을 불러 실습교육을 강조한 덕분에 팀원들이 응급조치를 잘 해줘 1차로 목숨을 건졌다. 병원으로 이동 중에 수혈을 받은 것도 행운이었다. B형이라 적힌 군번줄과 달리 실제론 A형이었던 그에게 간호장교가 혈액형을 직접 물어왔고, 이 대령은 혈액형이 틀리게 적힌 이유를 또박또박 설명하기까지 했다.

여기에 한가지 더. 장애를 입었던 그는 전역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지만 법률이 바뀌면서 다시 군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다. 퇴원하기 두 달 전인 2002년 6월 유공신체장애군인 현역복무 시행안이 공포되면서 그는 자신의 원래 전입지였던 육군대학을 희망해 후배양성에 나섰다.


■ 희망의 생명을 불어넣다

육군대학은 영관급 장교를 교육하는 육군 최고 군사전문교육기관이다. 부대원들의 생명을 책임지는 지휘관 교육기관에서 교관들의 사명감은 특별하다. 이 대령은 이곳에서 작전술 교관을 지내다 지금은 사이버교육처장으로 있다. 각종 군사자료를 학생장교는 물론 야전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그의 임무다.

육군대학은 전시라는 가정 하에 모든 교육이 이루어진다. 전략에 맞춘 작전술을 연구해 최소한의 희생으로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 노력하고 있다. 한밤중에도 꺼지지않는 불빛은 부대원들의 생명을 지켜내고자 하는 결의의 불빛인 셈이다. 39만권의 서적을 보유한 도서관과 지식정보화시대에 걸맞게 쌍방향 화상교육시스템, 디지털 지도, 창조21 시뮬레이션 모델 등 최첨단의 교육환경여건을 마련해놓고 있어 발전이 더욱 기대된다.

이 대령은 이런 치열한 경쟁과 어깨를 짓누르는 사명감을 견뎌내야 하는 영관급 장교들에게 존재 그 자체만으로 희망의 상징이다. 절망이란 그저 사전 속에 있는 낱말일 뿐임을 그는 몸소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종명 대령은

2000. 6. 26 DMZ서 지뢰사고로 두 다리 절단
2002. 8. 26 국군 대전병원 퇴원, 육군대학 전입
전략학처 작전술 교관 보직
2002. 12. 5 제1회 육군 참군인 대상 책임부문 수상
2005. 12. 1 육군 대령 진급
2006. 2. 충남대 평화안보대학원 수료 군사학 석사
2004. 12.27~현재 육군대학 사이버교육처장 보직



■육군대학은

1951년 10월 28일 경북 대구서 창설. 6·25 전쟁 중이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사단급 이상 부대의 지휘관과 참모를 양성하여 국난 극복에 큰 공헌을 했다.

1954년 경남 진해로 이전하면서 육군 최고 군사전문교육기관으로서의 면모를 갖춤. 1995년 11월 1일 대전에 위치한 자운대로 이전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대학의 임무는 평시 소령급 장교들에 대한 직무보수교육은 물론, 지휘관 부임전 교육과 전투발전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며, 전시에는 전훈수집분석과 의명 보수교육을 실시한다. 현재까지 약 4만 여명의 군 고급간부를 배출하여 강군육성과 국가안보에 기여해 왔다.


대전=글·이방현 기자 [ataraxia@joongang.co.kr]
사진·이영목 기자 [ym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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