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양중학교에 재직 중인 조성휘(53) 교사와 손은진(42) 화가가 서울 종로구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12일부터 18일까지 부부화가전을 갖는다. 각각 서양화와 동양화를 전공한 두 부부의 이번 전시작엔 온갖 꽃들이 만발한다.
마치 사랑의 찬가가 울려 퍼지듯 하늘에서 꽃비가 우수수 쏟아진다. 그 화사함이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들이 꽃을 소재로 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꽃다운 젊은 나이를 훌쩍 넘겨 중년의 나이에 그림으로 들려주는 사랑가.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걸까?
조 교사는 화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김기창 미술관 관장이며, 목원대학교 미대교수인 조평휘 화백이 사촌형이다.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붓을 잡게 됐다.
2000년 이전까지 그의 화풍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1980~1990년대에는 당시 시대정신에 충실했다. 민주화의 거센 열망과 억압된 사회 분위기를 작품에 반영했다. 문민정부가 등장한 이후 시나브로 나 자신의 개인적 감정에 충실하게 되었다.”
부인 손은진 화가는 그와 자그마치 11살 차이다. “아내는 80년대 초반 서울 서문여고 재직 당시 가르쳤던 제자의 단짝 친구였다. 처음 본 순간 유행가 가사처럼 한눈에 반했다. 띠 동갑에 육박하는 나이 차이에 주위에서 반대가 심했지만 미친듯이 밀어붙였다.”
이들 부부의 사랑은 각별하다. 조 교사는 아내의 동양화에서 여백의 미를 새롭게 깨달았으며 손 화가는 남편에게서 공간에 대한 배치력과 과감한 표현법을 배웠다고 한다.
손 화가는 “문인화의 근간인 사군자를 중심으로 필묵의 기초를 다졌다. 한국화의 회화적 조형성과 기법적인 차원을 되살려 작업에 접목했다. 연과 연밥과 연꽃들의 축제를 통해 부부의 안녕과 애정을 표현했다”고 작품 설명을 했다. 부부의 작품에선 도란도란 일상에서 묻어나는 사랑이 잔잔하다.
조 교사는 조선시대 임꺽정처럼 덥수룩하게 수염을 길렀다. 외모 때문에 해프닝도 많았다. 신입생이나 학부모들이 학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착각하고 “아저씨”라고 부르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화가 특유의 낭만이라고나 할까, 그런 분위기를 심어주고 싶어 수염을 길렀다. 미술선생이 영어나 수학선생과는 다른 뭔가 특이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것이 학생들의 예술적 호기심을 유발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입시 위주의 교육방식 때문에 학생들의 자유로운 창의력을 점수로 평가해야 하는 게 안타깝단다.
“그림 자체의 훌륭함보다는 비엔날레 등의 국제적 흐름에 얼마나 영합하는가를 가지고 화가들을 재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는 조 교사는 사랑을 주제로 한 이번 부부전에서 전세계적인 금융위기로 마음이 무거워진 사람들이 따뜻하게 위로를 받고 갔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밝혔다. 02-736-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