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머니는 이용자가 노력이나 실력으로 취득한 정당한 결과물이다.” 온라인게임 내 아이템과 머니의 현금거래가 불법이 아니라는 대법 판결이 나와 게임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게임업계 한쪽에서는 “현금거래가 합법이라면 게임사들도 게임 자체에 현금거래를 허용하는 새 비즈니즈 모델이 생겼다”는 주장과 함께 “환전업을 하다보면 주민등록번호 등 여러 등록절차가 있다. 환전하는 사람이 명의 도용을 할 경우 파장이 만만찮다.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라며 좀 더 지켜보자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일반 게임 현금거래 불법 아니다 최초 판결
10일 대법원 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온라인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거래,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34)씨와 이모(34)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사행성 게임이나 고스톱·포커 등 웹보드게임이 아닌, 일반 게임의 아이템 및 머니 거래는 불법한 것이 아님을 확정한 최초의 사례로 기록됐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이들은 지난 2007년 게임 아이템 중개 사이트에서 ‘리니지’ 게임머니 ‘아덴’을 거래해 약 2000만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와 이씨는 중개 사이트에서 100만 아덴당 8000원선에 거래되는 ‘아덴’ 2억3400여만원 어치를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사들여 약 2000여명에게 되파는 방식으로 차익을 남겼던 것. 김씨 등은 지난 2008년 3월 약식재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자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1심에서도 각각 벌금 400만원과 200만원이 선고됐다.
반면 지난해 7월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는 다른 판결을 내렸다. 이들의 게임머니 현금거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김씨에 대해서만 ‘아덴’을 사기로 획득한 곽모씨 등의 범행을 방조했다며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게임머니, 노력으로 얻은 정당한 결과물
항소심은 현금거래에 대해 ‘게임머니를 이용자가 노력이나 실력으로 취득한 정당한 결과물’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현재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18조는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한 게임 머니는 환전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검찰은 ‘게임머니 획득 과정에 우연적 요소가 적은 것은 사실이나 고스톱, 포커 등과 마찬가지로 참가자의 경험, 판돈에 의해 승패가 좌우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상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는 채증 법칙을 위반하거나 게임산업진흥법 시행령 제18조의3 제1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항소심 재판부의 손을 들었다. 검찰이 사행성 게임이 아닌 일반 온라인 게임의 게임머니를 사고 판 행위에 대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적용,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임사 새 비즈니스 모델 생겼다?
게임업계에서는 우선 아이템거래가 합법이라면 큰 변화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 게임법도 바꾸고 세금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아이템 거래 자체가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규정하는 법 자체가 없다’. 만약 합법으로 판단할 경우 각종 법과 규제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이번 판결로 가장 큰 변화는 게임사 내 아이템 거래가 합법화될 경우 새로운 비즈니즈 모델이 생길 수 있다는 것. 중소게임사들의 경우 호기를 잡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형 게임사들은 좀 다르다. “새 비즈니스 모델 그 자체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 환전업 어떻게 할 것인가. 사회적 문제에 대해 본격적인 방향성을 잡아달라”고 주장한다. 가장 큰 문제는 사회적 이슈를 어떻게 처리하냐는 것.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환전업을 하다 보면 여러 개 주민번호 생긴다. 자칫 환전하는 사람이 명의 도용했을 경우나 사기 사건은 과연 누구 책임이냐 등 사회적 문제가 큰 이슈로 떠오를 수 있다”며 “이 같은 사회 문제를 과여 ‘나몰라라’해도 좋은지 도대체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판결은 “현금거래가 게임 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것인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시점에 왔다”는 단초라는 것. 만약 합법적이라고 인정될 경우에도 그로 인한 사회적 문제는 고스란히 게임업체가 져야 한다. 과연 어디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전체적으로 정리가 되어야 그때야 새 비즈니즈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