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유독 이변이 많았다. 특히 일요일에 255~790배(복승식)의 초고액배당이 3개 경주에서 나와 경마팬들을 당혹케 했다. 이같은 혼전은 마방과 기수들의 치열한 입상경쟁이 빚어낸 결과이겠지만, 편성이 난해한 경주에서 호각지세의 난타전 양상이 벌어지며 한동안 능력발휘에 실패를 했거나 컨디션 저하로 제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경주마들이 모처럼 선전을 펼친 결과로도 해석된다.
특히 쌍승식 2798배(복승식 790배)의 초고액배당이 터진 일요 9경주는 지난 주 이변경주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화젯거리였다. 평소 보기 드문 2300m 최장거리 경주였던데다 입상기대감이 높았던 빅토리타운(7번마)과 기수를 교체하며 승부수 던진 천지돌풍(11번마) 천지돌풍, 칸의전설(5번마) 등이 대거 입상에 실패했고, 여기에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았던 엑톤캣(12번마)이 '깜짝 우승'하면서 최근 보기 드물었던 초고액 배당을 일궈내고야 말았다.
그렇다면 이 결과는 단순한 이변일까. 엑톤캣은 올 1월 김철호 기수와 함께 2000m를 선행승부로 우승한 뒤 무려 10개월만에 또 한번 장거리 경주에서 우승했다. 이번에는 선행이 아닌 선입작전이었다. 엑톤캣은 엑토파크의 혈통을 이어받은 혈통우수마로 편성강도가 관건이긴 하나 순발력을 바탕으로 경주를 풀어갈 수 있는 기본 자질이 있어 언제든 복병마로 주목할 필요가 있었고 이번 입상으로 앞으로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복병마는 복병마를 몰고 들어온다'는 속설이 있다. 인기순위 5위와 12위가 동반입상한 일요 9경주는 과거의 기량만으로 평가할 때 추리하기가 결코 쉽지않았다. 하지만 인기마의 입상실패가 어느정도 예견됐었던 최장거리 경주에서 막판에 펼쳐진 짜릿한 박빙의 승부는 경마에서만 지켜볼 수 있는 묘미가 아닐 까 생각한다.
오영열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