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부산경남 경마장에는 2800여 마리의 경주마가 있다. 한 마리의 평균 출전 회수는 월 1회다. 출전 때 마다 경주거리와 기승기수는 다르지만 같은 조건을 부여해도 경주 기록은 언제나 들쭉날쭉해 경주마의 최고기록과 평균기록 그리고 입상시 평균기록까지 데이터로 활용하게 된다.
왜 경주마는 같은 조건에서도 매번 다른 기록을 보이고 있을까. 경주기록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 딱 한가지 요인을 지목하자면 경주로의 조건을 들 수 있다. 한국경마에서 경주로 상태는 함수율에 따라 건조·양호·다습·포화·불량 등 다섯 가지로 구분 시킨다. 통상 함수율이 높을수록 기록은 빨라지고, 낮을수록 기록이 느려진다는 게 정설인데 주로는 꼭 함수율에 의해서만 정확히 구분될 수 없다.
경주로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 쉼없이 변화가 일어난다. 특히 계절에 따른 변화는 심각할 정도이고 오전 오후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함수율이 같은 경주로에서도 주파기록은 수시로 바뀐다. 이를 터득한 팬들은 주파기록을 자료화할 때 가벼운 주로의 기록과 무거운 주로의 기록을 환산할 줄 안다.
경주로는 함수율에 따라 많은 변화를 보이며 우리가 설명할 수 없는 여러가지 자연현상에 힘입어 더욱 오묘한 변화를 보이게 된다. 주로의 구분을 함수율에만 집착하지 말고 무거운지· 보통인지· 가벼운지를 구분해 더욱 세밀하게 따져야 경마를 이해하고 분석하는데 도움이 된다.
시시각각 변하는 경주로를 파악하지 못하면 적중의 꿈은 물 건너간다. 당일 경주로 상태를 미리 파악하는 것은 이제 기본이다. 경주로 상태를 무시하고 베팅에 나서는 것은 경마와 등을 돌리자고 작정을 한 것과 같은 무모한 베팅이다. 적중의 기쁨을 맛보자면 당일 경주로 상태는 필히 체크해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첫 경주의 경주기록이다. 물론 첫 경주에 어느 등급의 경주마가 경주를 펼치는가에 대한 이해가 충분해야 하고 경주거리 역시 참고해야 한다. 기록이 빠르다는 것은 함수율이 높다는 해석이 아니라 경주로가 가볍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전제로 다음 경주에서는 어떤 질주습성의 경주마를 눈여겨 봐야하는가를 예측하게 되고 이를 토대로 오후까지 시시각각 살아 숨쉬는 경주로에 민감하게 적응하면 적중의 기쁨은 더욱 가까이 다가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