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도 스마트하게'
솔로 6개월째인 직장인 이모(31)씨는 옆구리가 시린 계절이 다가오면서 스마트폰으로 여자친구를 열심히 찾고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중 자신이 원하는 애인의 성격·학력·직업·외모를 분석, 이에 맞는 이상형을 자신 근처에 있는 순으로 찾아주는 앱을 이용해 마음에 드는 여자를 골라 작업 중인 것. 이씨는 그녀와 문자메시지나 쪽지를 주고 받으며 이른바 '스마트폰 데이팅'를 즐기고 있는데 조만간 오프라인에서 만날 예정이다.
요즘 젊은층의 연애가 스마트하게 변하고 있다. 어색한 오프라인 소개팅에서 벗어나 스마트폰의 연애 도우미 앱으로 쉽게 자신의 반쪽을 찾아 데이트를 즐기고 때로는 위치 추적으로 애인 관리도 한다. 하지만 앱에서 제공하는 상대의 정보가 빈약하고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이성의 위치를 추적하는 기능은 개인의 사생활 침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앱 클릭하면 내 이상형이 주르르대표적인 연애 도우미 앱으로는 '이츄'가 있다. 지난 9월 선보여 현재 다운로드수가 19만5000건을 넘었으며 회원수도 4만명에 이를 정도로 솔로 남녀들에게 인기다. 가장 큰 특징은 성격·학력·직업·외모 4개 요소에 대한 선호도를 기준으로 '당신은 고소득자보다는 외모가 뛰어난 사람을 원한다'는 식으로 이상형을 분석, 회원 중에서 찾아준다는 것. 또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자신과 가까이에 있는 이상형을 알려주며 쪽지 등을 주고 받으며 스마트폰 데이팅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궁합'이라는 앱은 이름 그대로 궁합으로 이성을 찾아준다. 이용자가 입력한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사주팔자를 풀어내고 반경 10㎞, 20㎞ 등 범위를 정하면 나와 궁합이 잘 맞는 사람의 목록이 뜨며 채팅을 할 수 있다.
원래 아이폰 이용자를 찾아주는 앱인 '후즈히어'는 나이대나 성별 등 특정 조건을 지정해 검색하면 자신과 가까운 곳에 있는 아이폰 이용자를 알려줘 이성찾기로도 활용되고 있다. 해외 이용자도 검색돼 글로벌하게 스마트폰 데이팅을 즐길 수 있다.
◆앱으로 찾은 애인, 앱으로 감시? 앱이 애인만 찾아주는 것이 아니다. 요즘은 애인을 감시하는 앱도 나왔다. 최근 논란이 된 '오빠믿지' 앱은 연인이나 부부가 서로 동의하면 상대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검색해 확인할 수 있다. 남친이 여친에게 피곤해서 집에 간다고 하고선 친구들과 당구를 쳤다가는 딱 걸리는 것. 이 앱은 나오자마자 접속 폭주에 사생활 침해 논란으로 서비스가 중단됐지만 위치정보 제공에 대한 동의 절차를 강화해 이번주에 다시 선보일 예정이다.
애인의 위치를 감시하는 것을 넘어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를 몰래 들여다볼 수 있는 앱도 나왔다. '비밀 문자메시지 복제자(Secret SMS Replicator)'라는 안드로이드앱은 상대방 스마트폰에 설치할 경우 그 사람이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를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다. 더구나 스마트폰 바탕화면에 앱의 아이콘이 나타나지 않아 설치 자체를 눈치채기 힘들다.
반면 애인의 감시를 피하는 앱도 있다. 현재 위치를 조작할 수 있는 앱 '페이크로케이션(FakeLocation)'으로 위치를 속이고 싶은 앱을 설정하고 지도에서 자신이 '있어야만 하는 곳'을 찾아 터치하면 오빠믿지로 애인이 추적해도 '딴짓'을 할 수 있다.
이정배(41) 소셜 데이팅 서비스 이츄 사장은 "연애 도우미 앱은 스마트폰에 설치하는 것만으로 가까이에 있는 수십명에서 수천명의 이성을 소개받을 수 있어 큰 인기"라며 "하지만 신원을 확실히 보증하기 힘들고 일부 이용자는 폭력적이거나 음란한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 사장은 "개인의 위치 정보를 활용하는데 있어 사생활 침해 우려도 있다"이라고 덧붙였다.
권오용 기자 [band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