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펜싱은 사브르·에페·플뢰레에 걸쳐 금 7개·은 2개·동 5개의 메달을 획득하는 등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있었다.
남자 사브르 펜싱단을 창단·육성하고 있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세계랭킹 2위 오은석(27)을 대표로 출전 시켰다. 오은석은 준결승에서 구본길(21·세계랭킹3위)에게 석패하며 동메달에 머물렀지만 팀의 리더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한국이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따는데 크게 기여했다. 또 후배인 구본길에게 다양한 경기경험을 전수,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게 한 숨은 공신이었다.
사브르는 펜싱 종목 중 국내에서 가장 늦게 시작됐다. 이 때문에 선수자원이 부족했을 뿐 아니라 선수들의 기량도 먼저 시작된 에페·플뢰레에 비해 떨어졌다. 사브르 도입초기에는 에페와 플뢰레에서 국가대표가 되지못한 선수들이 사브로 전향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켜 남자 사브르가 국내 펜싱의 주종목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역할이 컸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2003년 12월 22일 국민체육진흥공단 펜싱단을 창단했다. IMF 경제위기 이후 위축된 펜싱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였다. 창단 멤버로 오은석 등 선수 4명이 선발됐고 이후 국내 펜싱(특히 사브르)의 최강 팀으로 성장했다. 2009년에는 회장배 전국 남·녀 개인종합펜싱선수권대회를 시작으로 무려 5개 대회에서 개인전 우승 선수를 배출하며 부동의 1위팀으로서 자리를 지켰다.
국민체육진흥공단 펜싱단 창단 후 사브르는 내실 있는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전까지 단 2개에 불과했던 국내 펜싱팀은 국민체육진흥공단 펜싱단 창단 후 안산시청팀 등 성인팀이 3개팀이 더 창단되면서 현재의 6개 팀(성인팀) 체제로 발전할 수 있었다. 활발해진 팀 활동은 국내 선수들의 수준 향상을 가져왔고 간판급 선수인 오은석은 한 때 세계랭킹 1위에 오를 정도로 실력이 성장했다. 현재 국내 선수중 3명이 세계랭킹 10위 안에 들어가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펜싱단 소속이었다가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한 김정환(27·세계랭킹 20위)도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큰 활약세를 보였다.
서범석(49) 펜싱단 감독은 “과거 국내 사브르는 아시안게임 우승도 힘겨운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올림픽에서의 우승도 노릴 수 있는 종목이 됐다”며 “이번에는 우리 선수들이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지만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꼭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고 말했다.
채준 기자 [doori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