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 남박사의 말·승마이야기 38
일간스포츠

입력 2010.12.17 14:19

승마는 자아실현의 스포츠

스포츠 사회·심리학자들은 인간의 스포츠 참여 욕구를 심리적 만족·건강·사회 참여·자아실현의 4가지로 요약한다.

심리적 만족 욕구는 스포츠가 가져다주는 놀이문화로서 즐거움, 그리고 승리에 대한 쾌감을 의미한다. 건강 욕구는 스포츠 참여로 신체적 건강 지수를 높이는 욕구를 말한다. 사회 참여 욕구는 스포츠를 통해 개인이나 집단 간 관계(relation ship)를 도모하는 것인데 좁은 의미로는 자신이 원하는 수준이나 스타일의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는 욕구다. 자아실현의 욕구는 자신이 꿈꾸는 최고의 가치를 스포츠를 통해 실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스포츠를 꿈꾸는 자의 마지막 종착역이 바로 자아실현의 욕구라 할 수 있다.

스포츠 참여 욕구는 개인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처음에는 심리적 만족감에서 출발해 건강 욕구, 사회 참여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의 순서로 발전한다는 것이 관련 학자들의 견해다.

따라서 자신이 유별나게 좋아하는 스포츠가 있다면, 혹은 특정 스포츠를 반드시 입문하고 싶은 열정을 가지고 있다면 그 스포츠를 통해 자아실현을 어떻게 추구할 것인지에 대해 한번쯤 질문해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승마의 경우 자아실현의 욕구는 다른 스포츠와 차원을 달리 하고 있다. 승마는 말과 인간의 특별한 교감에 의해 출발한다. 이 교감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감정과 정서 그리고 이성을 넘어 내면 세계의 영역까지 포괄한다.

이를 토대로 대자연에 깊숙이 들어가는 단계에 접어들게 되는데 여기서 통(通)하면 우주를 품을 수 있을 만큼 자유스러워진다. 이것이 승마가 추구하는 자아실현의 욕구다.

아마추어 스포츠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동·하계 올림픽 종목중에서 동물과 교감하면서 동작을 이끌어내는 역동적 스포츠는 승마외에는 없다. 스포츠는 본디 자연의 법칙과 리듬 그리고 강함과 부드러움의 조화를 담고 있다. 그래서 스포츠 심리학자들은 스포츠를 자연 그대로의 축소판이라 했다.

승마는 대자연에 깊숙하게 파고 들어 우주 공간의 기운을 만끽하면서 동물과 일치, 자연과 일치, 우주와 일치를 꿈꿀 수 있다. 이것은 분명히 다른 스포츠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영역이다. 그렇다고 승마가 다른 스포츠보다 우월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승마는 자아실현의 욕구에서 여타 스포츠가 넘볼 수 없는 확실한 영역이 있다는 것 뿐이다.

승마의 이런 아이덴티티(identity)를 간과한 채 단순한 아름다움의 추구에만 머물러 오늘도 기승하고 있다면 말(言)을 하지 못하는 말(馬)은 기승자에게 “차라리 다른 스포츠나 즐기시지…”라고 속삭일 것이다.

남병곤 한국마사회 상임이사 제주본부장/승마역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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