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공개서비스되는 다중접속 온라인 역할수행게임(MMORPG) '테라'가 대작 온라인게임의 기준을 바꾸고 있다. 400억원에 이르는 어마어머한 개발비에 200명이 넘는 개발인력, '프리타깃팅'이라는 새로운 전투 방식 도입 등 지금까지 대작으로 불리던 온라인게임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특히 테라의 개발사인 블루홀스튜디오는 신생 개발사로서 하나의 게임에 회사의 모든 전력을 '올인'한 점도 놀라운 일. 앞으로 웬만큼 개발해서는 대작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힘들게 됐다.
◆국내 최대 단일 프로젝트 테라는 양적 투자에 있어 기존 대작들을 넘어섰다. 우선 개발비에서 4년간 400억원 이상으로 국내 온라인게임 중 최대 규모다. 근래 가장 성공한 대작으로 꼽히는 '아이온'은 3년간 230억원,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헬게이트:런던'은 200억~300억원, '썬온라인'과 '그라나도 에스파다'는 100억원 등 지금까지 대작이라고 하면 100억~200억원이 대부분이었다.
230여명이라는 테라 개발자수도 놀랍다. 하나의 게임에 이렇게 많은 개발자가 투입된 것은 온라인게임계에서는 보기 드문 일. 이는 주로 개발자로 구성된 블루홀스튜디오의 모든 인력이 테라에만 매달린 것. 신생 게임개발사가 하나의 게임에 올인하는 것은 도박에 가까운 일이다. 김강석(41) 블루홀스튜디오 대표는 "게임이 안되면 전 임직원이 길거리에 나앉아야 하지만 모두 '이런 게임' 한번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외 이용자의 질문에 답해주는 Q&A팀도 다른 게임의 몇 배가 많은 70명이나 된다.
◆차세대 MMORPG 기준 제시 테라는 내용적인 면에서도 차별화를 확실히 했다. 총싸움게임인 FPS게임에 특화된 언리얼엔진3를 MMORPG로는 처음으로 적용한 것. 김 대표는 "언리얼엔진3를 테라에 적합하게 튜닝했다"며 "미려한 그래픽과 호쾌한 타격감 등 기존 MMORPG에 비해 사실적인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게임 조작 방식도 과감하게 바꿨다. 타깃팅 조작 방식을 탈피, 액션 조작 방식인 프리타깃팅 방식을 채택했다. 타깃팅 방식은 대상을 지정한 후 단순히 단축키만을 이용해 공략하기 때문에 게임의 기본 재미있는 조작의 손맛을 느끼지 못한다. 프리타깃팅은 거리와 방향을 정해 공격해야 하기 때문에 조작의 묘미를 즐길 수 있고 사실적인 전투가 가능하다.
◆"대작 온라인게임 인식 바꾼다"이렇게 대작의 기준을 바꾸고 있는 테라는 일찌감치 성공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모았다. 중소개발사로는 드물게 2009년과 2010년 초 두 차례에 걸쳐 265억원이라는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여기에 공개서비스에 앞서 실시한 사전선택 서비스가 성황리에 끝났다. 지난달 30일부터 9일까지 이용자가 미리 캐릭터를 선점할 수 있도록 했는데, 적정 인원수 5000명인 서버가 27개나 마감됐다. 2008년 출시된 아이온의 16개보다 많은 수치다. 더구나 아이온은 15세 이용가였던 반면 테라는 성인 이용가 게임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메이저 게임사만 성공한다' '중소개발사는 양산형 게임만 만든다'는 인식이 온라인게임 업계에 팽배했다"며 "11일 공개서비스되는 테라가 이런 인식을 바꾸고 새로운 대작의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용 기자 [band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