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프랑스 1만개… 껌처럼 마권 팔아도 부작용 미미
일간스포츠

입력 2011.01.28 15:37

매출의 98% … 영국·미국 등도 90%대 높은 비중 차지




경마가 열리는 각국의 다양한 장외발매소. 세계의 경마팬들은 편의점에서 물건 사듯 편안하게 베팅을 즐기고 있다. KRA한국마사회 제공


한국에서 장외발매소는 경마를 직접 시행하는 경마장을 제외하면 마권을 구매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하지만 사행산업 종합계획이 발표된 2008년 이후 장외발매소의 신규개설은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규제 당국은 경마매출의 약 70%를 차지하는 장외매출비중을 50%까지 줄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경마라는 서비스의 소비는 허용하고 있지만 소비자의 접근은 막고 있는 것이다.

당국은 이러한 장외발매소 억제 정책이 경마·경륜·경정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 경마시행국가들 중 이런 강도 높은 장외발매소 억제 정책을 쓰는 곳은 한국뿐이다. 경마전문가들은 “현재의 장외규제는 불법도박을 부추겨 건전화라는 목표에 역행하고 있다. 부족한 장외발매소를 늘려 발매환경을 더 쾌적하게 바꾸고 외국처럼 카페형 장외를 허용해서 담배나 복권을 사듯이 마권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 바람직한 장외발매소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경마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본다.

◆영국(장외발매소 약 9000개, 장외매출비중 99%)
경마의 종주국인 영국에서는 북메이커(bookmaker)라는 사설마권업자들이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이 북메이커들은 패리뮤추얼 방식을 쓰는 토트(TOTE)社와 마권발매시장을 양분하고 있는데, 이들을 합친 영국 전역의 장외발매소는 무려 9천여 개에 달한다. 영국의 장외매출 비중은 99%가 넘는다. 영국인들은 굳이 경마장을 찾아가지 않아도 신문이나 담배를 사는 것처럼 어디서나 마권을 살 수 있다. 영국인들에게 마권은 심심풀이로 사는 복권이나 마찬가지다.

◆프랑스(장외발매소 약 1만개, 장외매출비중 98%)
영국과 더불어 유럽 경마계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에서도 마권을 사러 경마장까지 찾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북메이커가 금지된 프랑스에는 PMU라는 마권발매업체가 전국의 카페나 담배 가게 등에 발매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프랑스인들은 집 근처 카페에서 마권을 사서 커피를 한잔 마시며 그날의 운수를 시험해보곤 한다. 프랑스에는 에퀴디아(Equidia)라는 경마전용TV채널이 있는데 930만 가구가 이 채널을 통해 경마실황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마팬은 약 6천5백만 명이며 이중 40%가 여성이다. 교차베팅이 활성화되어 거의 매일 베팅할 수 있지만 경마중독자가 미미해 규제도 없다.

◆미국(장외발매소 약 5000~8000개, 장외매출비중 89%)
미국은 주별로 경마시행체계가 다르고 장외발매소에 대한 공식 통계도 없다. 뉴욕주의 경우 약 260개의 장외발매소가 있으며 전국적으로 5000~8000개의 장외발매소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의 장외매출비중은 89%인데, 최근 인터넷 베팅이 활성화되어 장외발매소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홍콩(장외발매소 120개, 장외매출비중 92%)
홍콩자키클럽은 경마뿐 아니라 축구복권과 마크식스로터리(로또와 유사함)사업까지 하고 있는 ‘베팅그룹’이다. 홍콩의 인구는 한국의 15%에 불과하지만 장외발매소는 4배나 많은 120여개를 운영하고 있다. 홍콩인들에게 경마는 생활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일하는 중에도 라디오 경마중계를 들으며 마권을 맞춰보는 것이 평범한 홍콩 소시민의 일상이다. 바쁘게 사는 홍콩인들은 경마장에 가기보다는 가까운 가게에서 마권을 사서 짬이 날 때 마번을 맞춰보며 망중한을 즐긴다. 홍콩자키클럽은 전 세계에서 가장 고도로 발달한 발매시스템을 갖고 있는데, 장외발매소외에도 전화베팅, 모바일베팅, PDA베팅, TV베팅 등 다양한 마권구매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장외발매소 110개, 장외매출비중 93%)
세계 1위의 마권매출규모를 자랑하는 일본의 장외발매소는 110개(중앙경마 37개, 지방경마 73개)로 많은 편이 아니지만 독립 건물에 마련된 대형 직영장외발매소들이 마권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거대하고 화려한 일본의 장외발매소 건물은 백화점이나 호텔을 연상시킨다. 일본인들 역시 ‘마권을 사는 곳은 장외발매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경마장에 직접 찾아가는 이들은 집이 가깝거나 대상경주와 같은 큰 경주를 보고 싶은 열혈 경마팬들 정도다.

◆한국(장외발매소 31개, 장외매출비중 73%)
한국경마의 장외매출 비중은 73% 내외로 보통 90%를 훌쩍 넘는 경마선진국들에 비해 매출비중이 기형적으로 적다. 이는 장외발매소 숫자가 31개에 불과해 접근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장외발매소에서 합법적으로 마권을 사는 것보다 불법사설마권을 사는 게 훨씬 편하다. 덕분에 불법사설경마는 마사회 매출의 여섯 배에 이를 정도로 창궐했다.

김원영·KRA한국마사회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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