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환경 감독과(가운데) 챔프의 주연배우 차태현(왼쪽)이 영화촬영현장에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KRA한국마사회 제공
“사람에게서 와서 사람에게로 가는 영화를 만들 것입니다.” 절름발이 경주마의 우승 신화가 영화로 탄생한다. 상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주목받고 있는 영화 ‘챔프’에서 배우 차태현은 시력을 잃어가는 기수로 분해 눈물 나는 레이스를 펼칠 예정이다. 메가폰은 ‘각설탕’으로 춘사영화제 신인감독상과 기획상을 거머쥔 바 있는 이환경 감독이 잡는다. 탁월한 감각과 순도 높은 감동을 선사하는 이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한층 더 깊게 ‘경마의 세계’로 파고들었다.
2004년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데뷔한 이래 절름발이 경주마 ‘루나’는 33번의 경기에서 13승을 휩쓸며 전설이 되었다. 평소 승부의 양면성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다채로운 이야기에 매력을 느껴온 이환경 감독. 그에게 루나의 이야기는 꽤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 실화를 바탕으로 이 감독의 머릿속에 새로운 이야기들이 자라나기 시작했고 전작을 연출하며 쌓았던 노하우들을 바탕으로 한층 더 깊게 말과 조우하게 되었다. 곧 극장에서 만나게 될 그 이야기가 바로 ‘챔프’다.
사람 냄새 나는 경마 영화 ‘챔프’ “승부의 밝은 명과 어두운 면, 승자와 패자의 느낌은 백짓장 한 장이 아닐까 생가해요. 누가 승자인지 패자인지 모를 애매모호한 상황을 연출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관객들도 예전보다 말을 친숙하게 느끼기에, 조금 더 심층적으로 여러 이야기들을 풀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요. 시나리오를 너무 어렵게 써서 촬영하며 애를 먹고 있습니다.(웃음)”
그의 말처럼 ‘챔프’에는 말이 물에 빠지거나 도로를 질주하여 마트로 내달리는 장면 등 고난도의 촬영을 요구하는 신이 잦다. 그만큼 짜릿하고 역동적인 화면들이 차곡차곡 촬영카메라에 담기고 있다. 또한 심리적인 측면에서도 ‘챔프’는 보다 진일보했다. 전작에서 경마의 어두운 면을 우정이나 사랑 등 착한(?) 감성으로 예쁘게 표현하려 했다면 이번에는 더 날것의 느낌, 사람 냄새를 자연스레 그리려는 시선으로 바뀌었다.
“경마에 대해 다시 고민해봤어요. 여기가 분명 어두운 곳만은 아니구나, 어차피 똑같이 세상사는 사람들의 얘긴데 왜 밝게만 그리려고 했을까, 오히려 그럴수록 어두운 면이 묻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외부에서 잘 알지 못하는 경마에 대한 느낌들을 더 편하고 친숙하게 그리려고 노력했습니다.”
실제로 그는 일본과 홍콩 등을 취재하며 다른 나라에서는 경마에 대한 인식이 우리와 굉장히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천 원짜리 마권 한 장 사면서 부푼 꿈을 키우는 사람들을 보며, 무엇보다 스포츠로만 놓고 본다면 그 자체가 즐겁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이 영화를 보고 선뜻 ‘우리 경마장에 한번 놀러 가볼까?’ 하는 마음이 생기는 관객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태현 씨도 처음에는 ‘진짜 저 넣고 시나리오 쓰신 거 맞아요? 제가 기수에 어울려요?’라고 물었어요. 무언가 던져주면 바로바로 흡수하는 스펀지 같은 배우라서, 경마에 대해 몰라도 입감을 시켜주면 그 맛을 내겠구나 하고 기대했는데 촬영하며 제 예감이 적중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굉장히 릴랙싱한, 아주 유연한 배우에요.”